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LA를 방문했던 홍준표 경남 도지사의 골프 라운딩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인해 홍 지사에 대한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 정치권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중남미 지역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한 이번 방문에서 홍 지사는 공식 일정 이틀째인 20일 어바인의 골프장에서 부인을 동반해 경남 투자 자문관들과 골프 라운딩을 펼쳤다. 이를 두고 한국 정치권에서는 ‘평일 업무시간에 부인과 골프 라운딩’을 한 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으나, 홍지사 측은 통상 자문관들과 투자 유치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적 미팅이라고 반박했다.
홍 지사의 미국 방문 중 골프 라운딩은 정말 말 그대로 대수롭지 않은 비공식적 비즈니스 접대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홍 지사와 경남도 측은 관련 보도 이후 ‘미국에서 금요일 오후는 사실상 주말’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오래 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현지 한인 주 모씨를 ‘글로벌 투자유치를 위한 경남 통상 자문관’으로 포장하는 등 오히려 또 다른 비판의 소지를 제공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 모임에 대한 비용처리와 누가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의혹이 제기됐다. 홍 지사 측은 이날 골프가 주씨의 요청에 의한 비공식 비즈니스 미팅이지만 그동안 경남을 위해 힘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본인이 그린피 400달러를 주씨에게 건네 현찰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일행인 주모씨가 회원으로 되어있는 곳으로 이날 라운딩은 주 씨가 주도하고 홍 지사가 접대를 받는 자리였다고 한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주 씨와 홍 지사의 남다른 인연은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 특히 홍 지사는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 출마해 낙선한 뒤 LA를 찾았을 때도 오랜 기간 주씨 집에서 지내는 등 두 사람은 비즈니스 파트너라기보다 개인적인 인연을 오래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지사의 이번 10일간의 일정은 외견상으로 지난해 6월 경남도지사 당선 직후 20여명의 수행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바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경남 관계자들과 농수산물 수출 업무협약을 진행해야 했던 홍 지사가 돌연 26일 LA의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현해 인터뷰를 한 뒤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서 이번 일정이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기에 충분한 모양새가 됐다.
홍 지사는 이후 국익을 위해서는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욕먹는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LA에서의 골프 라운딩이 도정 이익 차원에서 ‘욕을 먹더라도’ 무리해 진행됐어야 했던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골프 논란이 홍 지사가 국민들과의 진정한 소통과 신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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