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특히 동양사람들 사이에선 집에서 먹는 밥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대학교 때 집에서 떨어져 지내기 시작한 학생들끼리 하는 방학 계획 이야기 중에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항상 표현했다. 각자 자기내 엄마가 최고의 요리사이고, 간단한 식사도 기숙사에서 먹는 맛이랑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도 생각해 보면 집에서 먹는 음식은 진수성찬이 아니었다. 특히 아버지와 제일 맛있게 즐겨먹는 식사는 우리가 친근하게 “개밥”이라고 이름지은 요리다. 다른 집들도 흔히 만들겠지만, “개밥”이라 하는 요리는 그냥 냉장고를 뒤져서 그럴듯한 반찬을 참기름이랑 비벼서 먹는 비빔밥이다. 우리 아버지, 동생과 나는 큰 그릇 하나를 둘러싸고 숟가락 하나씩 쥔 후 먹기 시작하곤 했다. 5분후면 조용히 엄마도 옆에서 합류한다. 서로 마지막 한 숟가락씩 먹으려다 낄낄 거리면서 식사를 마친다.
이것이 집의 편안함인가 보다. 집 문을 들어서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눈치를 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방학 때 집에 돌아올 때면 짐은 잽싸게 방안에 들여놓은 후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소파에 드러 눕는다. 독립한 후 시작한 일상과의 차이점을 느끼기 시작한다. 저녁쯤이면 들어올 룸메이트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혹시 룸메이트의 손님이나 내가 모르는 사람이 들어올까봐 올바른 자세로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 식사 시간이 될 때쯤 엄마에게 조르거나 냉장고 문을 슬슬 열어본다. 1인이 먹기에는 어려운 양인 재료와 음식들이 여기 다 들어있다. 자취하면서 고려해가며 시장보는 것과는 달리 집의 냉장고는 꽉 차있고 다양하다. 나만 있을 땐 요리를 하지 않으면 식사를 거르게 되는 샘이지만, 집에선 음식을 따로 하기 귀찮으면 전화로 엄마를 조르기 시작한다.
혼자 살고 나서부터 알게 된 집의 편안함이다. 밥이 준비되는 동안 방에서 빈둥거릴 수 있는 건 계속 혼자살이를 하다가 큰 한숨을 내쉴 수 있듯이 즐기는 순간이다. 집밥은 그저 집에 대한 그리움의 한 부분인 것 같다. 엄마가 요리를 마무리할 때쯤 난 부엌으로 들어가 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한지붕 아래 남들끼리 따로 하는 식사가 아니라 우리 한가족이 앉는 저녁상이다. ‘잘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숟가락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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