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출장길에 주말을 빌어 한국을 경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봄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사월 초순의 고국길 방문에 약간은 들뜬 마음과 봄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동부여행 여정에 함께하지 못하는 일하는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동시에 안은 채 인천공항에 입국을 하였다. 짧은 일정과 여러 사정으로 비즈니스 호텔에 묵기로 했기에 칼 리무진 버스를 탔다.
논현동과 역삼동에 있는 세개의 호텔을 경유 삼성동 하얏트 호텔에 가는 경로였는데, 놀랍게도 버스는 호텔 로비 입구가 아닌 큰 대로변 건너편 길에 손님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아무런 부연설명도 없이 삼성역 사거리에서 짐가방과 함께 내려져서 지하도로 짐을 끌고갈 생각에 막막해 하고 있을때, 뒤따라 내리신 남성분께서 영동대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이십년을 살던 내 고향에서도 순간 당황스러운데 처음 비즈니스차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었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했을지 의문스러웠다. 다음날 오전, 잠실에 살고있는 동생의 안내로 그 말많은 제2롯데월드에 가서 점심을 먹고 싱크홀 문제로 시끄러운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하였다.
부실공사의 위험에 너무나도 한산하기만 했던 제2롯데월드 내부와는 비교되게, 벛꽃이 호수 주변을 둘러 안개처럼 만개한 석촌호수 산책길에는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 모녀가 간만에 수다의 꽃을 피우며 느긋한 오후를 만끽하고 있을 때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이 내눈에 들어왔다.
십대 여학생이 벚꽃 나무 가지를 늘어뜨려 그 가지를 꺾어 귀 뒤에 꽂더니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여성의 주문(?)에 하나를 더 꺾어서는 다른 여학생의 머리에 꼽아주고는 브이자를 그리며 셀카봉 촬영에 들어갔다.
내가 고함을 치다시피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옆에 있던 동생이 나를 끌어당기며 길을 재촉했고 그뒤로 너무 많은 연인들이, 가족들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보며 조금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느덧 한국을 떠나 산 지 이십년이 다 되어간다.
늘상 그립고 간절한 고국이지만 막상 민낯을 마주대할 때면 흠칫 일상이 되어버린 낯설음을 발견해 내고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 물론 그 낯설음이 잊혀질 즈음엔 다시 그리움만 남아서는 또다시 간절해지고, 끝이 없는 짝사랑의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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