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친구들과 영화 몇 편을 보았다. 하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혼한 두 부부의 사이를 그린 영화였고, 하나는 약간의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섞였으나 역시 평범한 배경에서 스토리를 펼치는 영화였다. 우리가 뜻한 바는 아니었지만, 영화들에 대한 얘기가 오가면서 엔딩에 대한 예상을 먼저 하면서 상영을 시작했다. 부부는 과연 헤어지게 될까. 주인공은 뜻밖에 일어나는 자신의 상황들을통해 흔히 보는‘ 선한 사람’으로 변하게 될까. 우리는 영화들의 결말에 따라 이 영화들이 좋은지에 대해 결정할 듯싶었다.
옛날 같으면 무조건 해피 엔딩을 원했을 것 같다. 영화내내 이어진 줄거리랑 약간 안맞더라도, 항상 좋은 결말이 맺어지기를 소원하면서 긴장감을 느꼈다. 그 후로 영화 수십편을 보고, 달라진 내 시선을 통해 더이상 주인공의 행복함을 원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면 그행복함이 그만큼 사실적이지 않기 때문인가 보다. 주인공 옆에 꼭 연인이 붙여져야 하는 게 아니고, 모든 상황들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현실이다. 해피엔딩에 대한 집착이 내 인생에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순간들을 떠올리며 우러러 나왔다면, 현실적인 상황들과 이야기들에 대한 바람은 내 경험들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기를 원하며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중심으로 만든 영화는 어느 순간에나 나오지 않는걸까. 벌써 지난 시절과 그때의 유행, 재미거리, 추억은 그 시대에 자란 모든 사람에게 애틋한 의미를 갖고 있을 거다. 그만큼 현실을 잘 그리고 사람이 공감하며 빠져들게 하는 영화는, 그 세계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에 대한 마무리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그게 슬픔이 됐든 행복이 됐든, 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이지 않나 싶다.
친구들과 본 두 영화는 결국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부에 대한 영화는 두 주인공이 정말로 어렵게다투고 화해한 후 다시 합치게 될 것 같은 순간에, 우리가 소리치며 화낼 만큼 애매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 두 주인공들의 현실 속으로 빠져든 우리는, 그 현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지 못함에 마치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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