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도산하자 직원들 협동조합으로 기업 회생시켜
▶ 직원들 실업수당·퇴직금 모아 회사 설립... 최고급 수작업은 여전히 경쟁력 있다 믿어
자나르디의 정교한 책 제본작업.
이탈리아 동북부에 있는 고급 서적 전문 인쇄업체인 에디토리알레 자나르디. 유럽 경제 위기 여파로 회사가 파산하자 직원들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 기업으로 되살렸다.
이탈리아에는 장인정신으로 최고급 공정의 수작업을 하는 중소 규모 기업들이 많이 있다. 고화질 한정판 책을 인쇄하는 작업도 거의 수작업이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풀칠하고 묶는 작업을 기계로 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한다. 유럽에 불경기가 닥치면서 이런 회사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렇게 파산한 회사를 직원들이 뭉쳐서 협동조합 기업으로 되살리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파두아에 소재한 고급 서적 인쇄업체인 에디토리알레 자나르디는 지난 몇 년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중소 규모 기업들이 도산했는 데 그 중 수십개 업체들은 직원들이 힘을 모아 회사를 되살렸다. 자나르디도 그 중 하나이다. 회사에 대한 믿음이 깊은 직원들이 실직 수당이며 퇴직금을 모두 내어놓고 투자해 협동조합 체제의 회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나르디 직원들은 수년 동안 자신을 고용했던 회사를 지난해 사들여 직접 경영을 맡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럿이 힘을 모으는 일은 이탈리아 뿐 아니라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도 점점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장인 정신이 기반이 되어 주로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큰 나라들이다.
자나르디의 파산과 회생은 한편으로 비극적이고 한편으로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파두아라는 도시의 특성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도시의 오랜 역사 동안 파두아는 훈족, 비잔틴, 롬바르디아 족, 베니스, 오스트리아 등 숱한 외세의 점령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걸작들이 탄생했다. 지오토의 스크로베니 성당이 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역사 깊은 대학이 이곳에 있다. 한때 갈릴레오가 가르쳤던 곳이다.
1960년대 수작업 제본 공방으로 시작된 자나르디의 직원은 유럽 부채위기가 시작된 지난 2008년 당시 180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2년 105명으로 줄었다. 경영상의 오판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부채가 쌓여갔다. 상황이 너무 암담해지자 공동 소유주이던 2명중 한명이 공장에서 자살을 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내 모든 영혼을 쏟아 부었다”고 지금 협동조합 기업의 생산 매니저인 솔리마노 달 코르소(42)는 말한다.
“우리는 융통성 있게 대처하면서, 봉급을 깎았고, 그리고 창업자들이 되었습니다. 지금 조금 포기를 하고 대신 미래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회사를 되살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현금 지원을 극도로 꺼린다. 하물며 사정이 어려운 회사에는 말할 나위도 없다. 한편 국제적 투자가들은 중소 규모 회사들에는 관심이 없다. 국제적 명성이 있는 거대 브랜드들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장인정신을 토대로 한 전문적 수작업이 독특한 틈새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평생 인쇄업에만 종사했던 달 코르소는 자나르디가 파산하자 실직자가 되었고 이어 그 지역의 유사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협동조합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있을 지 알아보고 싶었다. 회사를 차릴 경우 경쟁업체들은 얼마나 많이 앞서 가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알아보니 별로 많이 앞서있지도 않더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해 5월, 달 코르소와 20명의 동료들, 그리고 과거 이 회사의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모여 사업 계획을 짜고 이를 로마에 있는 경제개발부에 제출했다. 5개월 여의 시간이 지난 후 회사 파산 절차가 끝나고 상업법정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음으로써 새로운 협동조합 기업이 탄생했다. 그리고 임대 기계와 시설들을 구비해 영업을 재개했다.
“봉급 없이 버틴 5개월은 말할 것도 없이 힘들었지요.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떠나 있던 5개월은 너무 긴 시간입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마리오 그리요의 말이다. 그는 자나르디가 만들어내는 책들에 반해서 협동조합에 투자를 결심했다.
“모든 경쟁자들이 그 브랜드와 단골들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직원들을 원하지는 않앗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야 말로 그 책을 만들어내는 데 없어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걸 나는 항상 믿었습니다.”
미술서적 등 호화 장정서적 분야에서 자나르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 정도였다. 자나르디는 특수 제본 방식을 발명해 특허를 받음으로써 특별 주문 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수집용 제임스 본드 시리즈 2만 부, ‘골드 핑거’ 한정판 등이 대표적이다. 골드핑거 300부 한정판은 전체가 가죽 장정인데다 진짜 금가루가 뿌려져있다.
자나르디는 그 외 갈리마르 출판사 여행안내서들, 어린이 서적들, 독일 신문 빌트의 1면만을 모아 만든 회고판 등을 인쇄했다.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협동조합 기업으로 회생한 회사가 지난 2011년과 2012년 120개, 스페인에서는 2012년 75개이다.
이런 회사들은 국제적 투자가들을 찾을 수 없으니 다른 데를 알아볼 수밖에 없다고 밀란, 보코니 대학의 발터 콘카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투자에 성공하는 예는 바다에 물 한방울 떨어지는 수준으로 극히 한정적이다.자나르디 직원들은 코압폰드라는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만들었다. 코압폰드는 지난 2008년 이후 40개 협동조합 기업에 기금을 제공함으로써 이탈리아 전역에서 1,2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보존했다.
이제 협동조합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난 자나르디의 목표는 우선 이전 시장 점유율의 1/3 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전의 1/4로 줄어든 사회 자본과 직원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문화야 말로 널리 홍보하고 보존해야할 이탈리아의 자산이라고 그리요는 말한다. 협동조합 동료들이 기계 앞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사람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면 중국이 진짜 경쟁자가 될 수는 없다. 이탈리아 장인들은 반드시 뭔가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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