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최대 위기의 순간은 각각 다를 것이다. 고생으로 인해 가장 많이 배웠던 시절이었든, 생사를 넘나들면서 살기 위해 육체적 싸움과 정신적 싸움을 벌여야 했든. 어떤 사람들은 흔히 ‘low point’라고 불리는 계절을 겪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난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목숨이 위험할 만큼 위기로웠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low point는 분명히 있었다.
대학생이였을 때다. 똑같은 전공 내에 인재중에 인재인 동창들과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열등감, 노력과 결과의 격차, 그리고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몇개월동안 불안감과 초조함을 싸우면서 학업에 몰두했고, 결국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학기동안은 공부를 하기 위해 사람을 거의 안보고, 주말마다 노는 대신 집에서 복습을 계속했다.
이렇게 집중할 때마다 끊기게 되는 인간관계, 그리고 내 자신이 은둔형이 되는 것을 얼마전까지만 해도 많이 싫어하고 불편해 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많이 노력해야 한다 느낀 점도 있고, 내가 공부하는 사이 노는 애들을 질투한 것도 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성적이 나와도 나의 한부분은 기쁘지 않았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에 대해 신경을 참 많이 썼다. 내가 공부에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쓴 게 맞는 일이었는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많이 떳떳하지 못했다.
어느 한 일에 내 모든 집중을 전념해야 할 시기는 또 찾아오게 마련이다. 대학교와 지금 사이 계속 실감해온 것이 있다면, 내가 의식하고 걱정하는 습관은 또 하나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든, 나는 남의 의견 때문에 걱정에 시달려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 사실을 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하면서 다음 계절을 위해 준비한다.
내가 살아가면서 비슷한 고생, 성공들은 반복될 것이다. 과정 하나하나씩 거쳐가며 나는 배우고 변해간다. 그리고 날 찾아오는 그 다음 시기를 좀더 지혜롭고 자신있는 관점으로 맞이하게 된다. 적어도 그렇게 맞이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지내온 해들을 돌이켜보면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이 두 사람이 똑같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