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와 작별한 지 여섯 주가 지났다. 올해 5월에는 가슴에 꽃을 달아드릴 분이 없이 그냥 지나가야 하는 첫해이다.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어버이날.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자녀들과 즐거워하면서도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뜨거운 커피와 함께 꿀꺽 꿀꺽 뜨거운 눈물을 삼켜야겠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부모로서 자녀의 인생에 머물고 갈 나의 자리는 아름답게 추억될 것인가? 6주 전에 떠나신 아버지께서 머무셨던 자리는 무척 향기롭고 영광스러웠다.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자리는 봄 들꽃처럼 가냘프며 아름다웠다. 그렇다면 내가 머물고 간 자리는 어떠할 것인가? 자신이 없다. 어느덧 성년이 되어버린 두 자녀에게 밝고 따스한 추억보단 아픔을 많이 준 것 같다. 참으로 미안하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꽃을 좋아하셔서 정원을 잘 가꾸셨다. 장미, 대나무, 향나무, 감나무, 자두나무 등, 그중에 진달래 꽃은 두 해 전 어머니가 가셨어도 어김없이 제일 먼저 봄을 알려준다.
너무 붉다 못해 흐드러지게 피어 정열적으로 봄의 향연을 펼치는데 우리의 마음속에 슬프면서도 따스한 노래를 가져다 준다. 봄 진달래가 질 때까지 두 달 가량은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어머니의 애창곡 “바위고개”를 부른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동안 예쁜 지혜가 생겼다. 아! 봄 꽃을 많이 심고 가야겠다. 진달래를 심고 수소문하여 개나리도 구하여 심어야겠다. 겨울에 우아하고 단아한 동백나무도 꼭 심어야겠다.
부모가 삶에 허덕이며 가파른 언덕 넘느라 너희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자녀들아 꽃과 함께 봄부터 겨울까지 사시사철 꽃 노래를 부르렴. 바위고개 진달래 노래로부터 월계꽃, 목련화, 수선화, 코스모스, 동백아가씨까지 여름방학에 오면 꽃에 관한 노래는 모두 다 가르쳐 주겠노라. 그럼 일년 내내 아프고 슬플 겨를 없이 너희들의 삶은 꽃 노래 콘서트가 되는 것이다.
가파른 언덕 넘어갈 때 고요히 부르는 소망의 노래로 새 힘 얻고 힘들어 절뚝거리며 지나간 자리라 할지라도 너희들이 머문 자리는 그윽하며 아름다운 향유 내음 가득한 거룩한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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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씨는 산호세주립대 회계학을 전공한 후 실리콘밸리 하이텍 회사에서 30년간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다. 산호세 성령의 비전 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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