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대 LA 한인상공회의소(이하 상의) 회장 선거가 로렌스 한 후보의 무투표 당선으로 싱겁게 끝났다. 38대에 이어 2년 연속 단 한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선절차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43년 상의 역사상 지금까지 경선을 통해 회장이 선출된 것은 4번뿐이다. 이 때문에 상의 이사들은 선거 문화에 익숙하지가 않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선거를 통해 조직의 대표가 선출되고 조직 구성원들은 선거 참여를 통해 미래 지도부에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2년 전 37대 회장 및 이사장 선거를 연달아 치른 후 상의는 내부적으로 극심한 후유증에 휩싸였다. 당시 치열한 선거전 끝에 당선된 케니 박 회장은 “회장 당선은 한마디로 상처뿐인 영광이었다”며 “나의 반대편에 섰던 후보측 지지자들이 선거후에도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한동안 회장으로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37대 회장 선거가 끝난 후 상의 내부에서는 ‘회장을 경선으로 뽑는 것은 단체 화합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상의 인사들의 경선 기피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의와 함께 한인사회 경제계를 대표하는 LA 한인무역협회(이하 옥타 LA)의 경우 오랫동안 경선 없이 회장을 선출해온 관행에서 탈피해 정관까지 개정하며 경선으로 지도자를 뽑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옥타 LA 제18대 회장선거에 현직 회장과 이사장이 출마해 깨끗한 선거전을 펼쳤고 결국 회장이 10여표 차이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옥타 LA의 경우 경선 후에도 패배한 후보측으로부터 어떤 불만도 제기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단체가 일심동체로 잘 굴러가는 모양새다.
상의의 경우 회장선거 시즌이 되면 “회장을 역임한 일부 영향력 있는 원로들이 판세를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회장을 지낸 한 이사는 “올해도 회장 후보 등록 전부터 출마가 유력한 모 인사를 중심으로 줄 세우기가 진행됐고 오랫동안 관계가 서먹서먹했던 전직회장 두 명이 특정후보를 밀어주기로 ‘야합’ 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임원 출신이며 재력가로 알려진 한 이사는 차기 회장선거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올해 회장이 될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 출마할 생각은 말라”는 몇몇 원로들의 압력을 받고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의 이사 중 상당수가 경선 없이 특정 후보의 단독출마로 회장이 결정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원로들에게 찍힐까봐 조용히 지내는 모습이다.
한인 커뮤니티 경제 단체의 ‘맏형’격인 상의가 고작 수십 명이 투표하는 회장 경선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면 커뮤니티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경선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단체 구성원들을 휘감고 자격을 갖춘 인사들의 선거 출마를 방해하는 행위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회장선거에 복수의 후보가 출마하면 후보들은 정당당당하게 인품과 정책으로 경쟁하고 선거권을 가진 이사들은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는 토양을 다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단체 화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어설픈 이유로 경선을 외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동이다.
경선 기피증에 걸린 사람, 검증대에 서기를 꺼려하는 사람은 지도자로서의 자격 자체가 없다. 흑색선전 없는 깨끗한 선거가 치러지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협조를 약속하는 아름다운 선거문화가 상의에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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