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나는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온갖 뉴스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대개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 관련뉴스였고 내가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콘셉트에 대한 글인 듯싶으면 가리지 않고 빠르게 흡수해나갔다.
하루에 열시간 이상 앉아서 수백개의 뉴스를 쉬지 않고 읽은 날도 종종 있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으로서 분명 그것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원인규명을 지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무사히 졸업을 마친 그 겨울의 끝자락 즈음, 존경하는 멘토로부터 이런저런 인생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지녀야 할 세가지 덕목으로 ‘예절’, ‘투명성’과 함께 ‘신선함’을 언급하셨다.
그 순간 나는 그 단어 하나에 내가 필요했던 모든것들이 집약되어 있음을, 그동안 채워지지 않던 갈증이 ‘신선함’에 대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온정신과 감정을 오롯이 나에게만 쏟고자 방에 콕 틀어박혀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미래를 맞이하는 내 자세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면서 나는 나자신이 많이 답답했나 보다.
남들은 뚜렷한 목표를 가슴에 품고 일찌감치 내달리고 있는데 내 속은 텅 비어있는 느낌이 싫어 뭐라도 채워넣으려고 애쓰던 것은 무의식적 노력이었다. 다행히 나는 ‘신선함’이라는 산뜻한 새해 목표를 가지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봄 만큼 신선이란 단어가 적합한 계절도 없을 것이다. 봄에는 온갖 감정과 생명과 색채들이 되살아난다.
제법 그럴듯한 나의 ‘Blue Period’동안 나는 최대한 본연의 모습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살색옷이 좋았고 인공적인 향수나 화려한 색조화장을 꺼려했었다. 그랬던 나도 봄이 되자 핑크빛 향수로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체취를 가지고 싶어진다.
며칠전 버클리에는 시원한 봄비가 밤새도록 내렸다. 봄비에 케케묵은 기억들은 말끔히 흘려보내고 신선한 음식, 만남, 콘텐츠, 그리고 감정들로 자신만의 개성을 완성해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서투르지만 한글자 한글자에 담아내려고 애쓴 필자의 설렘도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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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연씨는 UC버클리에서 경제와 심리를 공부했으며 현재 모바일 앱보안회사인 SEWorks에서 프로덕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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