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만 믿고 살아’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시절이 있었다. 당신은 왜 종교를 갖지 않느냐는 질문에 썩 그럴듯한 대답을 찾아냈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하던 그때, 돌이켜보건대 그때까지도 나는 사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실수와 실패를 거듭할 수는 있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살았다. 지금도 종교는 없지만 언제부턴가 문득 신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누구에겐지 모를 기도를 한다. 내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사건’ 앞에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괴로워 눈물을 뚝뚝 흘리다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화가 날만큼 대책 없이 착하기만 하던 아이였다. 동기들보다 일년 늦게 혼자 임용 시험을준비하느라 허덕이고 있을 때, 잘 정리해 놓은 자료라며 책, 노트를 한 아름 안고 찾아와 나를 다독여 주던 그 친구. 어쩌다 길을 가다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나 저거 먹고 싶어’가 아니라 ‘언니 혹시 저거 먹을 생각 있어?’ 를 먼저 물어봐서, 제발 나 좀 신경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너는 좀 덜 이해하고 덜 배려해도 된다고 답답해하던. 주변에 힘겨워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늘 자기가 뭐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던 아이. 휴일, 방학 가릴 것 없이 매번 연수다 뭐다 쫓아다니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하필이면 그 선한 아이가 급성 패혈증이라는 병마를 마주하게 된 것이 오늘로 육일 째다. 내내 중환자실에 있다가 어젯밤에야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데, 염증 수치가 여전히 높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나 역시 오늘까지도 손에 잡히는 일이 없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말 기도밖에 없는 것이다. 신이 정의롭다면,이것은 분명 앞으로 네 건강을 잘 챙기고 여유있게 살라는 가르침을 준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거라고,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협박인지 애원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린다. 무탈하게 보내는 하루 하루에 감사하며 겸손해지겠다고, 이 간절한 메시지가 네게 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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