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의 여왕 오월이다. 바람에 팔랑이는 연초록 잎새들이 합창하는 싱그러운 산에 가고 싶어 나섰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합창)을 상상하면서… 희랍의 조각 같은 조각상들이 있는 아트정원 너머 드넓은 잔디를 뒤로 산림욕장 같은 Montalbo산이 펼쳐진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문을 여는 순간 아차! 주차장이 기울어져 있어서 내 문이 저절로 옆차에 부딪히고 말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문을 잡아 당겨 보니 페인트가 빨갛게 묻어 있다. 만져보니 다행히 페인트만 묻어 있고 찌그러지지는 않았다.
페인트를 손으로 문질러 보았다. 엷은 것은 지워지나 진한 부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쪽지를 써놓을까? 아님 그 정도는 괜찮을 것도 같으니 그냥 갈까?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가기로 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죄책감이 찌른다.
약 200미터쯤 왔을 때 햇볕도 안드니 머리까지 산림욕이 되게 모자를 벗었다. 에그머니 모자에 걸쳤던 선글래스가 툭 떨어져 언덕 아래로 굴러가 버렸다.
아!.... 막대기를 주워서 끌어올려 보려 애를 써본다. 간신히 걸쳐지는 듯하다가 미끄러지기를 여러번했다. 워낙 낭떠러지처럼 가파르다. 여러명의 여자들이 내려오는데 지팡이들을 들고 있다. 나보다 젊은 중국 여자들이다.
지팡이를 빌려 낚싯대처럼 들고 건져 올려보기도 하고 그중 젊은 여자가 더 긴 막대기를 찾아 들여올려 보려 해보았으나 헛일이었다. 그들이 노력하는 동안 나는 그 선글래스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검은 죄의식과 하얀 양심 사이를 왔다갔다 갈팡질팡하느라 바빴다.
사실을 고백하고 같이 내려와 보니 그들의 차가 아니란다. 이제 그들의 말대로 종이에 써서 붙이려는 순간 차 주인이 나타났다. 한국인이었다. 그 부부는 내가 올라갔다 내려온 것을 모른다.
너무나 양심적이어서 기다리다 내 연락처를 써 붙이는 착한 사람으로 알았다. 차 주인은 손으로 문질러 보고 왁스로 닦으면 괜찮을 것 같다며 만약을 위해 전화번호나 달라며 받아 가지고 갔다.
양심의 자유를 얻으니 언친 것이 내려간 듯 시원했다. 죄로부터 해방이 되니 모든 나무들이 나를 향해 박수를 쳐주는 것 같다. 그들과 함께 환희의 교향곡을 마음이 터지도록 부르며 기쁨을 누리고 산책 같은 등산을 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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