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연말 가족과 떠났던 뉴욕여행 중 한 한인식당에서의 경험은 아직도 씁쓸하기만 하다. 뉴욕에 거주하는 누나 가족과 모처럼 즐거운 외식을 기대하며 맨해턴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식당을 찾았다.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에도 꽤나 알려진 식당으로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던 중 밑반찬 몇 개가 바닥이 났다.
‘사건’은 그 이후에 터졌다. 반찬 좀 더 달라는 말에 웨이터는 건성으로 ‘알았다’고 했지만 웬걸 몇 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한참 만에 테이블 근처에 나타난 그에게 “반찬 좀 주세요”라고 다시 말했더니 “내가 이따 갖다 준다고 그랬죠”라며 화난 말투로 대꾸하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의 벙찐 모습에 다른 웨이터가 다가와 대신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이미 기분은 잡칠 대로 잡쳤다. 우리는 식당을 나서며 미국에서 나고 자란 조카의 제안에 따라 동전 몇 개를 ‘팁’으로 놓고 나왔다. ‘앞으로 서비스 좀 제대로 하시라’는 의미가 담긴 팁이었다.
미국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것이 바로 팁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준 이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인데 사실 팁의 경우 ‘기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초기이민자나 올드 타이머나 모두 ‘장소에 걸맞은 적당한 팁’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얼마 전 한인 김모씨는 피로를 풀 겸 타이 마사지샵을 찾았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았다. 40달러짜리 마사지를 받은 후 6달러의 팁을 주고 가게를 나서려는 순간 마사지사가 서툰 영어로 “이게 팁의 전부인가”라며 컴플레인을 하더라는 것. 김씨는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웠지만 내깐 엔 그나마 15%를 준 것인데…”라며 “설사 팁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고객에게 대놓고 이렇게 해도 되냐”며 황당해 했다.
팁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과 고객의 생각이 엇갈린 순간이다. 그렇다면 얼마의 팁을 줘야 하는 걸까. 우선 식당에서는 세전 15%가 무난하고 뷔페에서도 통상 10%는 놓고 나오는 게 보기에 좋다. 이발소와 미용실, 스파나 마사지 서비스 모두 15~20%가 적정선이라는 게 주류 언론이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물론 서비스가 썩 좋지 않았다면 퍼센티지를 낮추고 충분히 만족했다면 ‘플러스알파’를 주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요즘 미국에서는 ‘팁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제대로 된 서비스에 대한 감사 표시’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부 업소에서는 아예 ‘높은 비율’을 정해놓고 팁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맨해턴의 한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문한 이후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않고 카운터에서 계산만 하는데도 팁을 내야 한다. 고객은 4달러짜리 커피를 사면 커다란 태블릿 컴퓨터에서 팁으로 1달러, 2달러, 3달러 중 얼마를 지불할 것인 지 선택하라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커피가격 대비 25%에서 많게는 75%까지 팁을 요구하는 것이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계산서에 팁을 포함해 놓고 추가로 팁까지 요구하는 얌체 식당 이야기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감사의 표시인 팁은 갈수록 퍼센티지가 높아지며 이제는 고객이 불평할 지경에 이르렀다. LA나 뉴욕 같은 대도시의 경우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10~15% 정도였던 팁이 지금은 20%를 훌쩍 넘는 곳도 많아졌고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세금’처럼 돼버렸다.
팁이 이렇게 변질된 것은 종업원의 적은 임금을 팁으로 메우려는 업소가 많은 것도 주된 이유라고 한다. 거기다 모바일 결제가 늘면서 ‘팁 바가지’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것 같은 팁’ 관행은 분명 문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팁이 아닌 강요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내야하는 팁 문화라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렇게 골칫덩이가 된 팁이지만 안 줄 수는 없을 터. “여러분은 얼마나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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