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던 한국이 12년이 지난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고 있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1년 전을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것부터 정보를 은폐, 차단한 채 괴담 유포자만을 색출, 엄단하겠다는 공권력의 엄포까지 묘하게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원인은 정부와 지도자의 총체적 무능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을 긴장시켰던 ‘에볼라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와 지도자들의 대처자세를 지켜봤던 한인들에게는 미국과 판이하게 다른 대처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한국의 국가적 무능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메르스 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다는 에볼라 감염 환자가 생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미국의 2014년 에볼라 사태와 현재 진행형인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비교해보면 국가적 재난에 국가와 지도자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14년 ‘에볼라 감염’ 사태에 대처한 미국 정부의 자세는 이랬다. 지난해 10월15일,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 한 명이 에볼라 양성 판정을 받자 미국 정부는 감염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텍사스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이란 사실과 감염환자의 이동경로 등 상세한 정보를 즉시 공개했다. 공포와 괴담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지 않았던 것.
반면 한국은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지 2주일을 넘긴 현재까지 발병 지역과 병원조차 은폐하고 있다. 정보가 공개되면 공포와 걱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포와 걱정’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정보 은폐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극대화면서 공포와 괴담을 키우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
또,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또 다른 무지가 드러나기도 했다.” 한 보건당국자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염병 확산 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지역이나 병원명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에볼라 사태를 비추어도 사실과 거리가 먼 무지에 가까운 발언이다.
괴담은 정부의 불투명하고 무능한 대처에서 발원한다. 괴담 유포자를 색출할 시간에 감염 의심자를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지도자의 무능도 사태 악화에 한 몫하고 있다. 지도자라고 해서 재해 발생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지도자라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군항공기를 동원, 방역진을 급파했고, 민주당 패배가 예상되는 11월 선거를 앞두고서도 선거행사를 취소하는 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 사태를 조기에 진화했고 괴담도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일각에서 이민자나 테러리스트가 멕시코 국경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반입해 미국인을 몰살하려 한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대통령은 어떠했나. 2주간이나 뒷북을 친 끝에 가까스로 종합대응 컨트롤타워가 뒤늦게 만들어졌고, 3차 감염자 발생으로 대량 감염사태가 우려되는데도 대통령의 발언은 뜬구름을 잡고 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지도자 뽑는 선거에 실패한 국민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정가의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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