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Adult School 강좌 중에 Reading 수업이 있다.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신문 기사 등을 읽고 토론 하는 수업인데 선생님의 작품 선택이 언제나 탁월하다. 영어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어떤 읽기 과제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번 쿼터에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Sandra Cisneros의 ‘Eleven’이라는 아주 짧은 소설이었다. 열한 살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오해를 사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자기가 102살쯤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다.
이야기 자체가 열한 살 소녀의 시선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선생님이 어떤 상황이었고 속마음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학교에서 아주 흔한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정신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아이 한 명 한 명이 처한 상황에 일일이 반응하지 못하는 동료 교사를 무수히 보아왔다. 나 역시 많은 순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린 소녀를 지지해주고 싶었다. 선생님이 틀렸다.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고 다른 학생의 말만 들은 상태에서 한달 동안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던 빨간 스웨터가 네 것이라고 지금 당장 입으라고 모든 학생 앞에서 강제한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었다.
소설 뒤에 이어진 질문들이 예술이다. 이런 힘의 불균형은 약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강요하는데 왜 이 사회는 그것을 용인하는가?
어린이는 무조건 어른의 요구에 순응해야 하는가? 나는 나이가 인간의 인격적 성숙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인품’의 기준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다.
자기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변명하고 핑계 대는 것이 아니라 시인하고 사과할 줄 알아야 진짜 어른이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상엔 나이만 먹었지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정말 많다. 더 훌륭해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 좀처럼 반성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배신당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땐 차라리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 놓는 어린이가 더 나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