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우드 박물관 Hillwood Estate, Museum Gardens
화려한 만찬 테이블. 캐서린 여제에게 헌정하는 이스터 달걀. 특별히 장식장 위에 전시된 아니콘. 러시아의 사치의 극치라고 할 프루트 펀치 보울.(시계반대방향)
개인 컬렉션이라니, 부럽고 또 부럽구나...
한 여인의 개인 컬렉션
내가 박물관 탐방 시리즈를 쓰니까 누군가가 “힐우드 박물관을 빼서는 안 되지요”라고 했다. 그래서 그곳을 찾았다. 그런데 첫 단추가 잘못 되었다. 주소가 4155 Linnean Ave, NW Wash DC. 20008이다. 그런데 나의 셀폰의 지시대로 갔는데 무엇이 잘못인지 한참 뺑뺑 돌고 골목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보니 코네티컷 애비뉴(Conneticut Ave) 동쪽으로 가다가 틸덴(Tilden)이란 거리를 만나 우회전 하면 네덜란드 대사관이 나오고 바로 그 옆 골목인데 말이다.
고생을 하고 찾아서 그랬는지 눈에 보이는 건물이 그저 그래서 입장료 15달러(시니어는 12달러)라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박물관 건물 안에 들어가서는 그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정말 진열품들이 대단했다.
이 박물관은 개인의 소유이며 진열품들이 다 매조리 메리웨더 포스트(Merjorie Merriweather Post)라는 여인의 개인 컬렉션들이다. 이 박물관에 대한 탐방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녀를 소개하여야 할 것 같다.
소련에서 골동품 수집
그녀는 1887년에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우리가 보통 아침에 우유에 타서 먹고 하는 시리얼(cereal)을 처음 만들고 그래서 크게 부자가 된 찰스 윌리엄 포스트(Post)이다. 이 맹렬한 기업가의 딸로 태어나서 그랬나, 이 매조리 포스트 역시 맹렬한 생을 산 것 같다.
우선 그녀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어 27살에 대기업의 100% 소유주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네 번 결혼을 했고, 네 번째 남편과 이혼을 한 후 자기의 성인 포스트(Post)를 되찾은 정말 말 그대로 맹렬 여성이었다.
그녀는 첫 번째 결혼을 한 남편과 뉴욕으로 이사를 해서 사교계의 중심이자 예술 애호가이자 컬렉션으로 이름을 떨친다. 그러나 그녀의 진가는 그리고 행운은 세 번째 남편 조셉 데이비스(Joshep Davis)가 1937년부터 1938년 주 러시아 대사로 일하게 되면서이다.
당시 소련은 정치적인 불안정, 독일의 군사적 위험의 대두로 군비 마련 등 여러 혼란기이어서 소위 골동품을 골동품으로 팔고 사는 것이 아니라 무게로 달아서 사고팔곤 했다고 한다. 메조리가 산 물건들은 나중에 먼지를 털고 녹을 닦아내니 그것들이 금은보석이었다고 하기도 했단다.
그녀는 그 후로도 계속 수집을 하였고, 나중에 이 곳 힐우드의 25에이커의 땅 위에 뉴욕의 유명한 건축가와 실내 디자이너를 채용하여 이 박물관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보석과 왕관 그리고 정원
박물관 1층에는 프랑스 도자기 룸, 종교 아이콘 룸, 러시아 도자기 룸, 프랑스 그림 룸 등이 있고, 2층에는 러시아 갤러리, 도서실, 만찬실, 그리고 매조리 포스트의 침실, 드레싱 룸, 영국식 베드 룸 등이 있는데 곳곳마다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소장품들이 정말 대단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것은 러시아 시대 작품으로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펀치 보올, 러시아 주교의 예복, 왕관들, 종교적 아이콘들, 프랑스 테페스트리, 캐서린 여제에게 받쳐진 온갖 보석으로 만들어진 부활절 계란, 그리고 눈을 휘황찬란하게 하는 도자기들이었다.
얼마를 보냈는지 시간이 꽤나 지난 것 같다. 피곤하여 좀 휴식을 취하려 뒤 정원으로 나왔다. 크기에 있어서 왕궁 같은 규모는 아니었으나, 꽤나 오밀조밀 하게 나누어져 휴식과 정원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연을 모습을 축소하여 정원을 꾸미는 일본식 정원, 손을 안대고 그냥 자연 속에 나라는 존재를 탁 집어 던지는 정자위에서 보는 한국적 모습, 이것과 달리 이 정원은 유럽 궁정의 정원을 축소하여 만든 듯하다. 그러한 정원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아름다움과 놀라움
정원을 산책하다 보니 다챠(Dacha)라는 작은 건물이 있다. 제목이 ‘아름다움과 놀라움’이란 이름이 붙은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실 메조리 포스트가 이곳을 그렇게 특별 전시회 장으로 써 왔다 한다. 들어서니 이곳은 촬영 금지이었다.
판도라라는 이름이 붙은 상자에 붙은 장식이 대단했다. 그 밖에 여러 보석함들, 그리고 여러 세공품이 붙은 커다란 소뿔 모양의 물병과 유명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온실을 구경한 후 앞에 벤치에 앉아서 오늘의 탐방을 정리해 보았다. 오직 제정 러시아와 프랑스에서 수집한 것들이 이렇게 나의 눈을 호강시켜줄 만큼 많다니 참으로 유럽의 문화유산이 한국인으로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주소: 4155 Linean Ave., NW, Washington DC 20008
•개장: 목-토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 성인 15달러, 시니어 12달러.
이영묵
미주 서울대 총동창회장 역임
워싱턴 문인회 회장 역임
한국 소설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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