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싸움
얼마 전 한국 TV 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다 종영된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프로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한국기원 바둑 연구생 출신 주인공(장그래)이 대기업 무역회사에 인턴 신입사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사내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직장사회에서의 처세술을 보여주는 좌충우돌의 드라마다.
제목이 말하는 ‘미생’이라는 단어는 바둑에서 나온 용어로 미생마(未生馬)의 준말이다. 아직 완전히 살아 있지 못한 바둑돌 모양을 말한다. 그에 비해 완전히 살아있는 말은 완생마(完生馬)라고 하고 줄여서 ‘완생’이라고 한다.
즉 상황이 안 좋아 적진에 침투한 바둑돌이나 중앙에서 근거 없이 돌아다니는 10점 이상의 군집된 바둑돌(大馬)이 두 집 이상의 집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생이라 한다. 그러다 두 집 이상의 집을 갖게 되면 완생이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바둑의 승패를 떠나서 완생한 돌은 바둑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바둑은 집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바둑을 두면서 상대방 말을 잡게 되면 잡는 만큼 나의집이 많아진다. 그중에서도 상대방의 대마를 잡게 되면 엄청난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며 단번에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상대의 세력권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내 세력으로 피신하여 연결시켜서 사는 방법과 적의 세력 내에서 두 집을 짓고 사는 방법이다.
-싸움바둑의 고수 원응식 씨
주말에 기원에 나가보면 어김없이 바둑을 두고 있는 분이 계신다. 싸움바둑의 고수 원응식 씨 다. 여전히 바둑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에게 “원 박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니 다짜고짜 “최 사범 잘 만났어” 하면서 “요즈음 내가 말야. 호적수가 하나 생겼는데 영 승률이 안 좋단 말야. 뭐 좋은 비책(秘策)이 없을까.”하며 바둑 이야기부터 꺼내신다.
상대편의 대마를 때려잡는 재미로 바둑을 두신다는 원응식 씨다. 버섯 박사로도 유명한 그는 워싱턴에서 한인으로는 최초로 버지니아에 버섯농장을 세우고 농업으로 가업을 일으킨 분이다.
만학도로 농학박사 학위도 받고 성품도 강직해 고희를 훌쩍 넘긴 연세에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혈기방장(血氣方壯)한 분이다. 중국 삼국지의 용맹무쌍한 촉나라 장수 조자룡을 비유하면 실례가 안 되겠는지 모르겠다.
“박사님. 바둑에 비책이 뭐 따로 있나요. 무조건 싸움만 즐기시니까 그렇지요. 판세를 돌아보시고 도저히 집이 부족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실 때 싸우셔야죠.”
한마디 훈수라고 비책을 내놓아본다.
바둑판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죽고 사는 대마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난전(亂戰)이 벌어지고 승패가 불분명해진다.
적진에 침투한 미생 대마는 잘못하여 두 집을 내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높다. 대마가 죽으면 상대에게 바둑을 따먹히게 되고 먹힌 자리가 상대방 집으로 변하게 되어 일순간에 바둑이 끝나게 된다.
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길 수만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병법이라고 하지 않던가.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