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있으면 “빛으로” 합창단의 공연이 있다. 평균 나이가 75세가 넘는 노인 합창단이다. 지휘자와 반주자가 너무나 잘 가르치기 때문에 인기가 날로 좋아 회원이 50명도 넘는다. 지휘자는 폐품처럼 휘어지고 찌그러진 숟가락 젓가락 같은 우리들을 새로운 예술품으로 재생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애를 쓰고 있다. 이 두 사람의 노인사랑 영혼사랑이 미소와 눈길을 통하여 따스하게 전달되어 온다. 소리를 낼 때마다 한 옥타브 아래 음을 내거나 음이 쳐지고 옆으로 째져 나오는 쌩소리를 둥근 두성으로 올리느라 지휘자의 팔이 내려오지를 못한다. 그래도 멀리서 들어보면 합창의 모양이 갖추어져 들리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수십년 전 우리 어머니가 내 나이쯤일 때 버스를 몇번씩 갈아 타시고 노인대학을 다니셨는데 지금은 사방에 노인대학이 있지만 그 시절에는 서울 마장동 적십자 회관에 딱 한군데 있었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셨던 어머니는 대학이라는 곳에 다닌다는 프라이드를 갖고 매주 열심히 다니셨다. 하루는 강사님이 “여러분 황혼에 넘어 가는 해를 보십시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여러분이 바로 그 해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도 그 해처럼 아름답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곤 하셨는데 그 말씀을 하실 때는 그 큰 해가 불덩이같이 황혼의 마지막 색깔을 활활 태우며 바다 속으로 빠지는 것을 바라보시는 듯한 아련한 슬픈 실눈을 뜨셨다.
절대로 노인들 속에 들어가 놀고 싶지 않았던 내가 이제 어쩔 수 없이 그 노인이 되어 한 세대 전의 어머니 모습을 하고 있다. 높고 낮음이 늘 같은 음을 내시던 어머니가 까운을 입고 합창이라는 것을 한다고 그리도 행복해 하셨는데 나도 지금 그렇게 행복한 노래 시간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그리고 바이올렛 색깔의 드레스도 맞추어 놓고 초등학교 때 학예회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설레며 발표날을 기다리고 있다. 황혼의 불타는 해가 바닷속으로 떨어지기 전에, 인생의 가을 끝자락에 낙엽되어 흩날리는 잎새 속에 지나간 삶의 기쁨과 슬픔의 마지막 숨결 엮어 넣어 노래 불러 보리라. 딸이 꽃 한다발 들고와 봐주고 축하해 주겠지. 그리고 한 이십년 지나면 딸도 나같이 노래하며 즐거운 여생을 보낼 것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 딸의 딸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