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인모 졸업식에 다녀왔다. 만감이 교차하며 가벼운 소풍 가듯 들뜬 마음이었다. 산호세에서 샌디에고 왕복 비행일정이었다.
인모는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다. 스물 두살이지만 늘 의젓하고 점잖다. 항상 타인에 대하여 긍정적이며 긍휼한 마음이 있다. 인모가 여섯살 되던 해에 남편이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모든 식구가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개척 정신을 발휘하던 때였다. 인모도 어린 아이들을 화장실에 데려가는 등 자발적으로 자기 몫을 감당하였다. 매주 성도가 몇 분 오셨는지 파악하더니 나중에는 저금통에서 거금 5달러를 주면서 교회당을 건축하라는 것이다.
교회아이들이 집에 오면 말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항상 자신이 말이 되어 주었다. 튼튼한 아이들은 인모등에 올라타서 즐거워 함성을 지르고, 마르고 허약체질인 인모는 기쁨으로 기꺼이 말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걱정이 되어 “앞으론 네가 말을 타고 튼튼한 아이가 말이 되게 하라” 하였더니 아빠는 “앞으로도 계속 말이 되어 주거라. 이 세상에 모두 군림하려는 자들만 있다면 누가 섬기겠느냐?”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리더가 된 인모는 늘 타인을 섬겼지만 나름대로 채찍과 당근 법칙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직장에서 일을 해야 했던 나는 중학생이 된 인모에게 오후에 전화를 하여 숙제 먼저 끝낸 다음 놀아라 잔소리를 하면 아빠는 “해 있을 때 실컷 놀고 해지면 들어와 저녁먹고 숙제하거라”라고 하였다. 아빠의 말씀에 충실히 순종하는 인모는 아파트 파킹랏에서 동네 친구들과 해질 때까지 뼛속 깊이 재미있게 놀았다. 매일 방과후에 아빠 랩탑을 빌려가서 사라진 후 해 떨어지면 들어와 저녁먹고 착실히 숙제를 하였고 교회도 열심히 섬겼다.
하루는 다섯살 위인 누나가 유튜브를 보여줘서 봤더니 얌전한 인모가 어느새 춤의 달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젠 한걸음 더 나아가 고등학교 브레이크 댄스클럽 회장이 되더니 대학에서도 여전히 안무, 청소년 댄스 지도교사, 대학교 댄스팀 경합에 나아가 상을 받는 등 최신 힙합, 웨이브 등 춤의 도사가 되었다. 이젠 이 춤으로 각 커뮤니티, 선교사역으로 자기 몫을 감당한다. 경제학을 공부한 인모가 오늘 새벽 뉴욕으로 일하러 떠났다. 인모에게 피곤하고 지친 자들의 빈의자가 되어주며 계속 섬기는 리더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게 해 달라고 축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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