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인터내셔널하우스(International House)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말로만 듣던 한류 열풍이 이런 건가. 생각보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UC 데이비스와 어덜트스쿨에는 한국어 강좌가 없어 I-House로 그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툰 영어로 나도 모르게 습득한 모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지만 꾸준히 참여하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주 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솔직히 한국어 수업을 하면 영어가 좀 늘까 하는 기대가 조금 있긴 했지만 그 외에 특별히 뭔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나 말고 다른 강사들 모두 100프로 자원 봉사를 하는 것이었고 I-House에 한국어 수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내 수준에서 소박한 국위 선양을 한다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남 좋자고 시작한 이 일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일을 가져다 주고 있다.
언젠가 취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음악을 하고 싶은데 굳이 악기를 사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한 학생은 기타를, 다른 학생은 피아노를 빌려 주겠다는 게 아닌가. 한국에서는 한 개씩만 갖고 있기도 쉽지 않은 악기를 여러 개씩 보유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원하는 만큼 사용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돌려 달라며 선뜻 물건을 내어 주는 데에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는 집을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여름에 친구가 3주 정도 이 곳에 놀러 오기로 했는데, 집에 방이 하나 뿐이라 거실에서 3주를 꼬박 보내라고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굳이 나를 만나러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는 친구에게 엄청난 숙박비를 지불하며 호텔로 가라고 하기도 미안한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혹시 여름 방학 동안 집을 비우는 학생이 서브 리스를 구하지 않을까 해서 물어보았더니, 이게 왠걸.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며 빚을 많이 졌으니 자기가 부모님 집에 가 있는 동안 내 친구가 자기 집에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페이를 하겠다고 사정했지만 내게 열쇠만 쥐어주고 유유히 가버렸다. 감사, 감동! 사소했던 나의 성의가 이렇게 큰 호의로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에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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