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꽃동네 입구에는 거지망태를 둘러 쓴 거지 할아버지의 동상이 있다. 그 자신이 거지이면서 앓고 있는 다른 거지들을 위해 구걸해 온 음식을 나눠 먹이고 보살폈다는 최귀동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선행을 알게 된 오웅진 신부님이 그로 인해 시작하여 세우게 된 게 꽃동네란다.
나는 가끔 얼굴도 모르는 그 거지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던데 결국은 거지가 되어 후줄근히 살다 간 인생. 분명 태어났을 땐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첫 해가 지났을 때, 식구들은 붓이며 돈, 쌀 등을 돌 상에 놓고 아기가 무얼 집나, 아기는 훗날 무엇이 될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모두들 그의미래를 축수했을 것이다. 그가 나중에 거지가 되어 죽게 된다는 사실을 행여 그의 부모나 가족이 알았다면, 그들은 얼마나 망연자실했을 것인가. 인간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없다는 건 어쩌면 많은 경우에서 위안일 것 같다.
그러나 한편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을 생각해보면 비록 거지였을망정 그 할아버지야말로 정말 인생을 잘산 사람일 수 있겠다.
명문 대학에 두군데나 합격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다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학생이 있단다. 얼마 전엔 시험 준비가 되어 있지않은 판에 성적이 나쁘게 나올게 두려워 시간을 벌려고 교정 어디에 폭탄이 있다는 가짜 신고를 한 학생. 또 진짜 학생인 척하고 친구의 기숙사 방을 전전하며 재주 좋게 ROTC까지도 들어가 훈련까지 받은 학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주윗 사람들을 모두 속이는 건 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자괴감, 비굴함, 분노, 수치감… 온갖 부정적 감정이 소용돌이 쳤으련만 그 속에서 무슨 수로 제정신 차리며 하루 하루 살 수 있었을까? 다 고백하고 떳떳이 살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었을텐데 무엇이 막았던 걸까? 부모의 실망? 그런 속임수를 넘어 아예 자살해버리는 학생도 적지 않은 걸 생각하면 망신 생각하기 전에 들켜서 목숨 살린 게 다행인건 아닐런지. 좋은 학벌과 좋은 직장, 좋은 조건의 배우자.. 이런 것이 인생의 전부일까? 성당 근처에는 홈리스들이 정말 많다. 나는 홈리스와 마주칠 때마다 한명 한명 유심히 살핀다.
금방이라도 풀썩 먼지가 되어 사그라질듯, 홈리스 생활에 찌들고 찌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홈리스일망정 제법 깨끗한 차림새에 눈빛 또한 맑은 사람도 더러 있다.
한번은 마켓 앞에서 굉장히 잘생긴 젊은 홈리스를 봤다. 그는 남루한 거지행색에 히피같은 분위기였는데그 더러운 행색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활기차고 눈빛은 맑았다. 내가 돈을 조금 줘도 괜찮겠냐고 묻자 그는 거의 껄껄거리듯 호탕하게 웃으며 내게 악수까지 청했다. 악수는 안해도 괜찮겠구먼.. 속으로 생각하며 그러나 한편 다미안신부도 있고 라자로 마을을 만든 이경재 신부님도 있는데 뭘, 얼른 가서 손 씻으면 되지, 하고 호쾌하게 악수까지 했다.
성공 성공 하지만 화가로서 반고호만큼 성공한 이가 어디 있으랴, 그렇지만 그는 거의 홈리스 수준의 누추하고 외로운 삶을 살다가 자살했다. 고호뿐이 아니다.
참으로 많은, 재능있고 감수성 섬세하고 자신과 사회에게 정직하게 살려 발버둥치던 예술가와 비록 눈에 보이는 창작은 안했을망정 그 삶 자체가 예술을 넘어서는 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사회의 비정한 톱니바퀴에 끼어 비참하게 살다 사라졌다.
살면 살수록 산다는 건 호락호락 한 일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고 사회의 계급 사다리에 높이 올라섰다해서 잘 산 인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참으로 잘 산 인생이란 어떤 것일지 다시 한번 정직한 눈빛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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