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보다 힘든 프로 입단
사법고시 합격보다도 어렵다는 게 프로바둑 입단이다. 그나마도 일반인들의 프로 입단은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힘들다.
요즈음은 한국기원에 연구생 제도가 생겨서 일반인들의 입단은 줄이고 기재가 있는 어린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수련시켜 조기 입단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점점 어려지는 프로기사들의 입단연령에 맞추어 교육시키려는 의미도 있지만 재능만 가지고는 안 되는 높은 경지의 바둑수준을 일찍부터 개발하여 승부사로서 최고의 프로기사를 발굴하려는 한국기원의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는 기재는 있으나 프로 입단여부가 불투명한 인재들이 불필요한 노력과 바둑공부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진로결정에 도움을 주기위한 배려라고도 생각된다.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진학도 포기하고 바둑공부에 전념하다보면 학업이라든가 다른 전문직종에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오로지 바둑 프로가 되어 평생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했다가 프로가 되어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갖추어진 직장도 못 잡아본 채 평생 바둑계 주변을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기재가 있어 연구생으로 발탁되었어도 18세 미만에 조기 프로입단을 못하게 되면 자동으로 퇴출시키는 제도가 연구생 제도이다. 그래도 프로가 되고 싶다면 일반인 바둑대회로 재출전해야한다.
불운의 천재기사 홍종현 9단
한국의 바둑 인구가 천만 명을 돌파한다는 바둑기사를 본적이 있다. 바둑을 잘 두지는 못하지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말하는 것이다.
한국의 프로기사들은 현재 286명 정도라는 게 한국기원의 통계다. 매년 10명씩 늘어나는 프로기사를 감안하여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아마도 프로기사들의 생계문제가 있기 때문에 입문의 길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실정에서도 실제로 국제 기전에서나 국내 프로기전에 참가하는 실력 있는 프로들은 몇 명이 안 된다.
프로들 사이에도 일류 기사와 이류 기사가 분류되고 전성기를 보낸 원로기사들이 포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제 기전이나 국내 기전에 참가하는 토너먼트 프로기사는 극히 일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나머지 프로기사들은 보급형 기사, 또는 교육형 기사로 불리는 프로들이다.
홍종현 9단은 40여년의 프로기사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소감에서 “평생 프로기사로 넉넉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프로가 되어 평생 바둑 우승 타이틀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불운의 천재기사다.
한국 최고의 명문인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64년도 대학 재학시절 프로로 입단하였다가 두 달 만에 학업을 이유로 프로기사 생활을 포기하였다. 그 5년 후 다시 입단대회를 거쳐 프로로 입단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일 대학생 교류 바둑대회
당시 일본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 선발 바둑대회가 일본 동경에서 열렸었다. 일본과의 대학교류 차원에서 한일바둑대회에 선발되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 한국 전역에 있는 대학 바둑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국제적인 행사였다.
경기는 4명이 함께 하는 단체전과 단독 개인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당시 필자도 모 대학교 바둑부 선수로 경기에 출전했다.
전국에서 출전한 대학생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른 바둑경기는 홍종현이 소속된 대학이 파죽지세의 전승으로 우승 선발되어서 파문을 일으켰다. 개인전이건, 단체전이건 일당백으로 출전하여 당시 그를 당해낼 학생이 대한민국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은퇴를 했다고 한다.
80년도 중반쯤 그는 워싱턴에도 일주일정도 방문하여 체류한 적이 있다. 재학시절 이야기를 화제로 담소하며 작은 동호인 바둑대회도 열고 지도바둑 다면기도 두어 주었다.
작고한 고영일 씨와 최성일 씨와는 같은 대학 바둑부 선후배 관계로 돈독한 사이로 지냈다. 고영일 씨 자택에서 체류기간 내내 몇날 며칠을 바둑으로 지새우던 기억이 새롭다.
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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