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콜의 역사 / 로드 필립스 지음·연암서가 펴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에 대한 말은 많다. 채근담에 나오는 ‘꽃은 반쯤 핀 것을 바라보고, 술은 반쯤 취하게 마신다. 그 속에 아름다운 향취가 있다’는 표현은 아름답다. 그나마 “첫 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로마 속담) 정도면 굉장히 중립적인 태도.
하지만 대부분은 술에 거나하게 취해 쓴 것 같은 호방한 감상이나, 전날 술 취해 큰 실수를 한 후에 하는 다짐 혹은 그 주사에 당한 이의 악담처럼 예찬과 비난을 극단적으로 오간다. 역사 속에서 확인되는 정부나 종교계 입장은 그 어떤 기호품목보다도 엄격하다. 일부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문화권에서 식사의 일부이지만, 한편으로 사회·문화·종교적 불안감의 대상인 것이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와인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 로드 필립스가 선보이는 책 ‘알코올의 역사’는 바로 술의 문화사이자 경제사다. 그저 여러가지 술의 기원과 제조법 같은 사전적인 서술이 아니다.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문화 속에서 술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 대해 찬찬히 훑고 있다. 술이 권력구조와 권력의 행사과정, 성별, 계급, 인종, 세대 등 다양한 이슈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짐작하다시피 술의 역사는 길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거슬러 올라가 BC 7000년까지 이른다. 그것도 모자란다. 수천, 수만 년 전 선사시대에도 갖은 과일이 부패하며 생성된 알코올이 인류를 유혹했을 것이다. 앞서 로마 속담에서도 드러나듯, 이미 그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은 술에 대한 경계를 늘어놓았다. 술에 빠졌다는 평가는 분명한 비방이었고, 키케로·세네카·루크레티우스 등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서양 의학에서도 술은 소화를 돕기도 하지만, 비만과 변비를 부른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의식에 술을 사용해온 종교계에서도 일반인의 소비에는 관대하지 않았다. ‘예수의 피’로 비유되는 기독교의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17세기부터는 아예 음주를 ‘병’(알콜 중독)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술을 애호하는 사람에게는 말 그대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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