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신의 한 수가 절실할 때… 그것은 승리, 혹은 승배가 예견된 판이 아닌… 그 반대일 때의 심리가 극에 달했을 때 일 것이다.
흔히 예술에서의 영감 같은 것이라고나할까.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절체절명의 순간, 높은 곳에서 추락했을 때, 인생의 밑 바닥에서 배고픈 현실을 절감하는 순간… 비로소 떠 오르는 한 줄기의 영감…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것이라고나할까?
살아 가면서 누구나 詩… 음악 등 예술을 향유할 수 있지만, 배고픈 예술가들이 겪었을 산고의 아픔을 우리는 만분의 일도 추측할 수 없으리라. 간혹 우리는 예술가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혹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모 소설가의)표절시비 등에서 조차…
비난은 비난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종종하곤한다.
물론 우리는 표절이라든지 혹은 관객, 독자들을 기만하는 그런 얕은 수를 높은 차원의 예술… 그저 관례라고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가다 우리는 누군가 잘 나가는 작가… 혹은 천재적인 재능에 대해 어떤 시기심이라고나할까, 막연한 대중심리에 휩싸여,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길 바라는… 일종의 스릴 추구만으로 한 사람을 몰락으로 이끌어 갈 때가 있다.
음악사에서 볼 때, 이처럼 막연한 비난의 중심에 섰던 작곡가 중의 한 명이 바로 로시니였다. (물론 이것은 주로 독일쪽에서 나온 비난이긴 하지만) 로시니만큼 알맹이 없는 예술… 뿌리없는 선율미만으로 관객들의 어깨 춤이나 들썩이게 할 뿐, 감동이 없는 작품을 남긴 작곡가도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비롯 로시니의 많은 작품들은 대체로 코믹하고 경쾌하긴 하지만 내용의 깊이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좋게 표현하자면 장중한 조각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도자기같았다고나할까.
베토벤같은 거대한 로댕(의 조각)만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부드럽고 은은한 빛… 고려청자(?)가 빚어내는 우아한 곡선의 미각은 거의 쓰레기… 무의미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베토벤을 까 부실만한 신의 한 수는 과연 없을까?’ 베토벤시대에 활약하며 베토벤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던 로시니였지만 그같은 반발… 그 우아한 도자기같은 자신의 예술이 다소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환골탈태라고나할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서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윌리엄 텔’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6시간까지 걸렸다는 작품의 길이 뿐 아니라 탁월한 구성, 신중하게 빚어진 선율미가 당시로선 엿볼 수 없던 새로운 전형…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것이어서 초연 당시(1829년) 파리는 열광의 도가니에 파묻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남긴 로시니의 대답이 걸작. - 예전에는 머리에 떠오르는 선율을 그저 손으로 옮기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수고스럽게 찾아다녀야 할 때가 왔다- 며 오페라 계에서 영원한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이태리가 낳은 벨칸토 오레라의 거두 로시니는 초인적인 속필로서 유명했었다고 한다. 그는 늘 침대에서 나뒹굴며 떠오르는 악상을 속필로 옮기가만 하면 됐는데, 오늘날 연주되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그 속필의 산물이었다.
신은 그에게 천재적인 두뇌, 속필이라는 두 뛰어난 재주를 안겨준 대신 노력이라는 선물을 빼앗아 갔는데 로시니는 머리 속의 악상이 거의 고갈될 즈음(37세) 오페라 작곡에서 손을 뗀 뒤 나머지 인생은 그저 먹고 즐기는데 소비하다 죽었다고 한다.
로시니가 남긴 신의 한 수는 결국 독일 전체를 침묵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 그 (시기심에 찬) 예술의 차가운 밑바닥에서… 로시니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 윌리엄 텔’은 오늘날은 잘 공연되지 않는데, 그것은 ‘윌리엄 텔’의 완성도 있는 공연이 너무 힘들고 가수의 역량, 프로덕션(무대), 공연 시간… 모든 것이 벅차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공연보다는 음반으로 나온 것이 많은데, (로시니 왈,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그 눈부신 천재야말로 - ‘Out of this world’ 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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