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후배가 너무 속상하다며 연락을 해왔다. 교감 선생님이 젊은 교사들에게 저녁을 사 주시겠다고 했는데, 대학원 다니는 사람만 자격이 된다며 자기만 쏙 빼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귀찮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먼저 나서던 친구라 관리자에게도 예쁨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이었다. 나와 대화를 하며 자기가 왜 이렇게 왕따를 당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친구는 그 동안 본인이 교감 선생님 앞에서 고분고분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다 말해왔다는 것을 고백했다.
그래 봤자 교감, 교장 선생님에 대한 인신공격, 혹은 학교 전체를 들쑤시는 큰 사건도 아니었을 텐데. 그저 잘 이해되지 않는 일방적 지시에 대한 질문, 아니면 회의 시간에 진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잘못이다. 웬만하면 침묵을 지키고 ‘왜요?’가 아니라 ‘네, 알겠습니다’를 했어야 하는데, 더군다나 교직경력 5년도 채 되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 교사가 어디서 감히 입을 뻥긋한단 말인가. 이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럴 땐 내 이름 앞에 붙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정체성이 부끄럽다.
학교가 참 그렇다.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곳이지만 학교 시스템과 교직 문화 자체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교사가 관리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얼마나 교실에서 아이들과 잘 소통하고 수업 준비를 열성적으로 하느냐와 상관없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사항들, 대체로 교육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일을 재빠르게 처리하는지, 무엇을 시키고 요구하든 그것이 정말 교육적으로 필요한 일인가 묻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YES’ 하는지, 뭐 이런 것들이 소위 사랑 받는 기준이 된다.
후배 교사의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너무도 절절하게 공감되었던 까닭은 나 역시 교직 생활 부적응자였기 때문이다. 그간 나를 스쳐간 윗분들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진짜 운 없게도 까칠하고 되바라진 어린 것을 만나 자기들도 힘들었다고. 그러나 항변한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아무리 좋아도, 학교만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숨이 막힌다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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