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TV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바로 ‘요리’이다. 예전에는 ‘테이스티 로드’, ‘식신로드’ 등 음식점을 탐방하고 메뉴를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 셰프들이 직접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청자들의 호응에 그 원인을 분석 또는 유추하는 여러 칼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요리 프로그램들이 ‘스낵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잘 반영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야근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직장인들은 요리를 사치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최신 작품들에서는 셰프들이 최소한의 재료를 가지고 빠른 시간 내에 근사한 요리를 뚝딱 선보임으로써 바쁜 사회인들이 각각의 요리 과정들을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또한 예능적 요소를 가미해 긴 요리시간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주어 많은 이들을 주방으로 돌려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느림의 미학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행위였던 요리마저 이제는 급한 사회인들의 성향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데 다른 콘텐츠들은 오죽할까. 우선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스낵 비디오의 수만 봐도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평균 2-3분짜리 짧은 영상들은 주제를 불문하고 부담 없이 재생되고 순식간에 수만 명에게 공유된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야후의 News Digest, Inside News와 같은 앱들은 짧은 요약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주요 뉴스를 빠르게 소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러한 스낵 컬처는 우리 삶에 얼마큼 깊숙이 스며들어 있을까. 요즘 스마트폰을 가진 싱글이라면 다 가입한다는 데이트 앱들을 보면, 우리는 인간관계마저도 너무 조급하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내면은 완전히 다를 텐데, 상대에 대한 외적인 정보만을 빠르게 스캔하고 연락할 사람을 필터링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적어도 진실된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인생 동반자를 찾는 것이 목적이라면, 효율성만 따지는 ‘사람 소비’는 접근 방식이 틀렸다.
사골은 끓일수록 뽀얀 진국이 우러나오는 것처럼, 수십 년간의 인생사가 담긴 개개인들이니 쉽게 판단하지 말고 곁에 두고 천천히 알아가다 보면 분명 공을 들인 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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