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영화 ‘신(神)의 한수’
내기 바둑과 도박, 작년 7월에 개봉되어서 35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뜨겁게 만들었던 바둑영화 신(神)의 한수는 프로 바둑기사 태석(장동건)이 내기바둑에 휘말리며 범죄형 도박에 빠져드는 과정을 연출한 영화이다. 바둑의 고도의 지능적인 면과 액션을 가미하여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기원에서 바둑을 둘 때면 기객(棋客)들은 바둑 자체에 흥미를 추구하지만 때로는 승부에 외적인 보상도 바란다. 바둑의 승패를 놓고 기료(棋料) 내기를 한다든지 음료수나 음식을 걸고 내기 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가벼운 내기는 동호인들이 서로 비용을 분담하고 음식도 나누며 즐긴다는 차원이 있다. 기원에서 장시간 바둑만 두는 것은 너무 싱겁기도 하다. 가벼운 타이틀이라도 걸어서 먹는 자리라도 마련하면 친선도 되고 바둑도 즐겁다.
하지만 바둑도 어엿한 승부의 세계이다. 바둑대국에서 누구든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승부에 이기면 보상심리도 생겨난다. 실수로 지게 되면 분하기도하고 열도 받게 된다. 그러기에 작은 내기가 커져 도박으로 변질 되는 것이다.
예성강곡에 얽힌 애달픈 사연
내기 바둑은 근대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고려시대에도 내기바둑은 성행한 듯하다. 고려사(高麗史) 락지(樂志)에 고려가요로 예성강곡이 나오며 내기바둑의 설화(說話)가 전래되어지고 있다.
고려조 문종 재위시 당나라 상인 하두강(賀頭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두강은 당나라와 고려를 해상으로 오가며 무역을 하던 상인이었다. 당시 예성강(개성 옆을 지나는강) 포구 벽란도에 머물다 무역거래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들렀던 주막집에서 그는 아름다운 고려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 미모에 홀린 그는 여인을 단번에 사모하게 되었는데 그 여인은 이미 정혼한 남편이 있는 몸이었다. 하지만 짝사랑에 빠진 그는 당나라로 떠나지 못하고 주막집 주변을 서성이다가 그녀의 남편이 바둑 두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남편에 내기바둑 두기를 신청한다.
본래 바둑고수인 하두강은 자기 실력을 감추고 작은 재물을 걸어놓고 내기를 하면서 일부러 계속 지기만 하였다. 며칠을 두고 지기만 하던 그는 마지막으로 전 재산을 걸고 그녀의 남편에게 단판승부를 건다. 이기면 미모의 조선여인을 당나라로 데리고 가는 조건으로 하였다.
재물에 현혹된 남편은 이를 승낙하고 내기바둑을 두게 된다.
하지만 미리 계획된 계략에 빠져 바둑을 패하게 되면서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기게 된다. 늦게나마 이를 알아챈 남편은 예성강 포구에 나와 떠나버린 배와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대성통곡으로 노래를 부른다. 바로 이곡이 예성강곡(禮成江曲)이다.
안타깝게도 가사와 곡은 전해지지 않지만 고려시대 시인인 정보(鄭輔)의 칠언절구시(詩)로 애타게 전해진다.
그림 같은 푸른 산은 봉창에 가득하고 靑山以畵 滿逢窓
실낱같은 가는 빗발 돌무지를 적시누나 細雨如絲 灑石砂
밤은 깊어가고 고요해도 잠을 이루지 못하노니 己是夜瀾 淸不寢
어디선가 뱃사공은 예성강을 슬피 노래하네 舟人更唱 禮成江
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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