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작은 섬에 사는 친구가 얼마 전에 둘째를 낳았다고 해서 아이 얼굴도 볼 겸 친구와 오랜만에 얘기도 할 겸 화상으로 통화를 했다. 중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내 친구에게 주어진 유급 육아휴가가 480일이란다. 거기에는 주말이나 휴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주말까지 포함하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 중 60일은 아빠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예전에는 아빠가 엄마에게 휴가를 줄 수 있었지만 일을 너무 오래 쉬는 것에 대해 여성들의 반감이 많아 이제는 아빠가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 친구는 아이를 낳고 6개월 후에 직장으로 돌아가 일할 계획이며 친구가 일을 하게 되면 60일 동안 친구의 남편이 휴가를 내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많은 지지와 축하를 받고 일도 다시 할 수 있어서 그녀는 셋째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를 낳기 전 한국에 사는 내 친구는 중견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했다. 아이를 가지고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던 내 친구는 혹시라도 밉보일까 조퇴도 한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8년 간 죽도록 일했던 내 친구를 쫓아내려고 했다. 친구는 아이를 낳은 후 아이 돌보미를 찾았지만 마땅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남편 눈치를 보고 회사 눈치를 보면서 아이를 키울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 친구는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내 친구는 아이를 낳은 게 무슨 죄처럼 느껴져 둘째는 생각도 없다고 했다.
한국의 저출산이 참으로 큰 문제란다. 단순히 두 나라를 비교하기는 다소 문제가 있겠지만 출산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관점은 참으로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이나 다른 여러 선진국에서는 아이를 낳는 일은 매우 신성하고 축하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또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단지 가정의 책임이 아닌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도 사회 전체에 퍼져 있어서 기업도 정부도 강력하게 육아를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출산을 여성이 해야 할 당연한 도리쯤으로 여기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2년 전 미국에 와서 영어를 공부할 때 우리 반의 어떤 젊은 한국 남학생이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지 않느냐?”라를 얘기를 듣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여성을 본능적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낳는 동물쯤으로 생각하는 한 출산율은 절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을 한 여성에게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정부나 기업들의 태도 또한 매우 오만한 생각이다. 누구나 다 아이를 낳는데 혼자만 유난 떨지 말라는 시어머니의 한 마디도 출산율을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축하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도 죄의식을 느끼고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에서 그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한국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 출산율을 진정으로 높이고 싶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공감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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