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여성의창 칼럼 필진 제의를 받았을 때 나답지 않게 ‘나도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래요.그럼 해봐야죠” 선뜻 대답을 했다. 그 이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 나이에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시간에 쫓겨 고생을 하지? 그때부터 무슨 마음으로 힘든 자리에 자처해서 왔나 자문하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아이 둘 키우는 것밖에 없는데…‘내 글을 통해 이웃들이 위로받는다’ 혹은 ‘나의 삶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엔 내 삶은 무식하게 아이 둘 키운 엄마, 그것도 명문대학을 보낸 엄마가 아니라 겨우 살아가게끔 키운 엄마로 내세울 것 없었다.
한때 그것도 버겨워 좌절하고 울기도 하면서 어느덧 내 존재가 엄마 자체로 변해버렸다.익숙하고 평안해 계속 엄마이고 싶은데, 아이들은 다 자라버렸다. 25년 버티어낸 엄마 자리에서 엄마 이전의 나로 돌아가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무런 계기도 없이 오랫동안 길들어진 엄마 자리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한번쯤 계기가 주어진다면, 비록 감당할 수 없어 벼랑끝에 내몰리어 떨어지는 아픔을 준다 하더라도 엄마 이전의 나, 한때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인간 보편적 삶의 행복과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면서 우리 모두의 삶에 동참했던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딘가엔 두고 온 꿈의 자리를 찾고 싶은, 그리하여 앞으로 살아갈 그 자리로 메꿈하고 싶은 소망이 아무것도 두렵게 하지 않았다. 진정 찾아가고 싶은 마음의 자리임을 알기엔 망설임없이 여성의 창을 쓰겠다고 한 것이다. 그 무엇이 되었건 변화의 계기만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이미 되었던 것이다.
결국 한국일보 여성의창 칼럼이 도와주겠다 하니 이것보다 더 큰 계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앞날을 향해 내 소중한 마음의 자리를 찾아가는 자리를 마련해준 여성의창과 동의없이독자 여러분에게도 제 인생의길을 찾아가는 데 함께 해주세요 라고 하는 뻔뻔함을 이해해주리라 믿으면서 미리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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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씨는 미국에 와서 공부한 Tax 전문지식으로 운좋게 직장을 잡은 두 아이의 엄마이다. 영문학을 전공했던 젊은 시절, 문학에 인생을 걸고 그길을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한 터라 여성의 창 글쓰기에 설레여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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