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3포 세대’가 있다면 미국에는 ‘밀레니얼(millennials)’세대가 있다. 젊은 층의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면서 결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1981-2000년 출생)는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주축으로 떠올랐지만 저성장 경제 그늘 아래 홀로서기가 만만치 않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한인 이 모씨. DC에 직장을 구한 그는 취업 후 부모로부터 독립, 알링턴 소재 아파트로 이사했다. 부모 집에서 DC까지 출퇴근 거리가 멀기도 하고 직장을 구했으니 혼자 살고 싶은 마음에 독립을 결정한 것. 그러나 이 씨는 비싼 렌트비와 식비 등 매달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다가 최근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아파트 렌트비와 자동차 페이먼트, 보험료, 개스비 등 돈 들어가는 데가 너무 많고 저축할 돈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홀로서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씨의 경우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후에도 부모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한인사회에도 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캥거루 새끼가 어미의 주머니에서 자라는 것을 빗댄 말로 성인이 돼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 의존하는 청년층을 지칭한다.
좋은 직장을 잡아 적지 않은 연봉을 받지만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도 있다. 워싱턴 지역의 비싼 주거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대학 졸업 후 타이슨스 코너 대형 회계법인에 취직한 박 모씨는 같은 해 졸업해 취직한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부모 집에서 출퇴근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결혼 자금 마련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박 씨는 “매달 2천 달러 이상 더 저축이 가능해 조금만 더 저축하면 결혼 자금 목표액이 채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센터빌에 거주하는 장모씨는 요즘 근심이 많다. 대학 졸업 후 타주에서 살던 아들이 최근 레이오프로 직장을 잃게 되며 다음달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연락을 했기 때문. 타주에서 3년 직장생활을 했지만 ‘간신히 제 앞가림한 정도’라 모아 둔 돈도 없다는 아들의 전화에 한숨만 나온다.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18-34세 청년세대 중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함께 살고 있는 비율이 지난 2007년 22%대에서 올해 26%로 늘어났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청년계층 4명 중 1명이 ‘캥거루족’인 셈이다.
숫자로 따지면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18-34세 젊은층의 수가 지난 2007년 1,340만여명에서 2015년에는 1,630만여명으로 3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경기 회복세로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고용상태가 나아지고 평균 임금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취업 후 혼자 독립해 사는 청년층은 오히려 71%에서 67%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업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한 청년들도 완전한 독립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렌트비 상승과 학자금 부채 증가를 꼽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의 주거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캥거루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학 졸업을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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