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에 음악을 시작해 평생 음악지도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딸 가진 엄마로서 요리 몇가지는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전통요리연구소(소장 윤숙자)’를 찾아갔다.
학생들 음악레슨으로 바쁜 중에 틈틈이 전통 음식을 배워 보겠다고 동분서주하던 그때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후 15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는 지금 미국에 있다.
처음엔 미국 생활에서 전통음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는데 삶이란 참 오묘한 부분이 있다. 한국전통문화가 미국에서 너무 생경하다는 사실에 서운함이 앞서던 중 우리 전통음식을 제대로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게 되었다. 사실 전통음식이라는 것이 모양도 모양이지만 전통의 맛을 재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고추장만 해도 한국의 고추장과 이곳에서 구입하는 고추장 맛은 똑같지 않다. 당연히 음식의 맛도 다를 수밖에….
하물며 전통요리의 복잡한 재료들을 여기서 모두 찾아낸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베이지역 한국 마트는 물론이고 미국 주요 유통 체인을 뒤지고 다녔다.
가령 어떤 사골은 맛이 우러나질 않았고 또 다른 사골은 색이 좋지 않았다. 가끔은 미국 마트에서 구한 재료가 더 저렴하고 우리 맛을 내는데 적합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시행 착오를 통해 베이지역의 재료 특성만 파악하는 데 2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인 요리 개발에 착수했다. 2-3년 작업기간을 통해 우리 전통음식의 구색이 갖추어졌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타민족과의 만남에서 별의미 없을 것 같은 전통음식 웹사이트가 많은 이로움을 주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그들이 나를 잘 이해하게 되고 나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줘 그들과 소통할 때 이전보다 훨씬 당당하고 편안해졌다.
급기야 ‘제23회 SF 한국의 날 민속 축제’에서 전통 폐백 시연과 전통음식 사진전을 개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원래 외부 행사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는데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수락하고 말았다. 삶은 참 오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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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김씨는 이화여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티나 김 뮤직그룹과 한국 전통행사 대행사 ‘KPOPPAR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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