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깨끗한 공기다. 이곳 북가주는 날씨도 명품이지만 공기가 무척 맑다.
남쪽으로 차를 몰고 몇 시간 가다 보면 멀찍이 엘에이 하늘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런 엘에이 공기도 서울에 비하면 깨끗한 느낌이다.
숫자로만 보면 미세먼지나 여러 화학물 수치가 서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옷이 더러워지는 정도나 집안을 청소해야 하는 횟수같이 주부가 느끼는 체감지수가 있다면 확연한 차이가 있으리라.
미국도 옛날부터 공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1935년 4월 14일에 블랙 선데이라고 불릴 정도의 엄청난 황사가 미국의 중부를 덮쳤다.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지역의 광범위한 농지의 표층이 가뭄으로 인해 먼지화되고, 정전기 효과로 증폭된 후 강력한 바람으로 인해서 동부까지 덮쳤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렸고 무려 20%의 남서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피난을 왔다고 한다. 그 후에 Soil Conservation Service(SCS) 이 발족돼 숲과 토양을 보존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금은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90년대 이후부터 점점 좋아지던 서울 공기가 최근 들어 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로인해 숨쉬기 힘들 정도로 나쁜 날이 많아지고 있다.
겨울과 봄에 특히 심한데, 태양을 맨눈으로 봐도 눈이 부시지 않을 정도로 하늘 전체가 황갈색으로 뿌옇게 변하고, 자동차는 와이퍼를 하지 않으면 먼지가 유리창에 붙어서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 폭풍 수준이다.
중국에 살던 사람들은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최근 북가주로 이민 온 중국인들은 중국 본토의 공해를 피해서 오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편서풍을 받고 있는 우리 가족 같은 한국 이민자들도 미래의 역사 교과서에는 공해로 인한 대피 이민자로 분류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중부의 센트럴 벨리 쪽으로 가보면 과연 이곳이 안전지대인지 의문이 든다. 최근 몇 년의 가뭄으로 인해 말라가는 호수는 녹조로 덮여 있고,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면 메마른 땅에 먼지가 끝없이 일어난다.
지난7월 길로이 마늘 축제 때는 살수차 수십대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마른 땅에 물을 쉴 새 없이 뿌려가며 먼지를 방지해야만 했다. 맑은 공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샤워시간을 줄인다던지 잔디밭에 물주는 것을 제한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어떤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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