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을 시작한 지난 일주일은 무엇을 쓸까를 몰두하면서 보냈다. 그러나 글을 쓸땐 생각으로 쓰는게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음속 깊숙이 품어져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마치 때를 기다린것처럼 …
20년전, 남편과 함께 세살된 아들을 데리고 평생 나를 보호하신 부모님곁을 떠나 낯선 미국땅에 왔다. 그 이후,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매순간 온 힘을 다해 살았다. 그러다보니 성격은 강해지고 공격적이 되었다. 독기로 무장해 어린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새처럼 온 몸에 힘주어 살아왔다. 기억은 더 거슬려 가고 있었다.
80학번 시대에게는 서울의 봄을 맞이해 수많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데모하던 많은 친구들이 붙잡혀가고, 학교 교정에도 최루탄이 난사되어 공부하던 학생들도 연기에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는 시절을 처절하게 살았다.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의 시의 구절 (살아 오는 삶의 아픔/살아 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 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쓴다/ 타는 목마름으로)처럼 그 시대의 어둠을 뚫고 우리는 뜨거운 민주화를 향해 한마음으로 가고 있었다.
그 암울했던 시대의 어느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 옆 레코드가게에서 배따라기의 ‘그댄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가 흘러 나왔다. 잠시 노래를 들으며 ‘비가 오면 추억속에 잠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 속을걸고, 낙엽지면 솔밭길도 혼자 걸으면서…’ 가사를 따라 불렀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 가벼운 흥얼거림이 그 시대의 무거운 것들을 딛고 일어나게 했다는 것을... 감성을 건드리는 몇 마디의 노래가사가 치열한 삶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것을…미국에 온 다음 언제가부터 , 항상 속 빈 강정처럼 허전하던 감정의 이유를 이제야 알것 같다. 내 마음에 진정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이 또한 문정희 시인의 ‘커피가는 시간’에 잘 나타나있다.
‘아직도 쓸데 없는 것만사랑하고 있어요/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것/상처와 빗방울을/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바람 속에 서있는 소나무와/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 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시를 읽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나보다. 그때는 시간에 쫓겨 왜 우는지 조차 헤아리지 못하고 건너 뛴 세월들... 이제야 그시절 그때처럼 여성의 창을 통해 그렇게 내 삶은 내가 살아갈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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