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드디어 이상형 찾았어. 쓰레기야."
밤새워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본 뒤 딸애가 말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1994년 신촌 대학가에서 있었던 청춘들의 이야기다. 한참 서태지가 유행이던 시절, 맛깔스런 사투리가 특징인 한국 20대들의 드라마였다.
1994년의 그리움 한자락 시간 여행을 하게 하는 거기에 남자 주인공 별명이 쓰레기였다. 그애의 과묵함과 진지함, 그리고 진중함에 감동을 받았다. 별로 잘 생기지 않은 평범한 시골스러운 얼굴이 더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겉멋에 들지않은 묵은지 같은 그 남자아이의 별명이 쓰레기였다. 딸애가 그 드라마를 본 후, 그리고 이상형이 정해진 후 나의 바람은 딸애가 ‘그 드라마의 쓰레기 같은 남자 만나게’이다. 그리고 가끔 카톡으로 물어본다. 걔 쓰레기같니?(주변에 쓰레기 같은 남자있으면 연락 바람)
쓰레기에 왜 끌리는 걸까? 세상이 하도 가벼워져 가니 그 드라마의 진국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딸을 가진 어머니의 맘은 하나 아닐까? 겉은 좀 어수룩해 보여도 진심이 들어있는 아이를 만났으면 하는 것.
세상은 SNS로 인해 폭발적으로 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기본이고 인스타그램, 스냅챗. 특히 요즘엔 스냅챗으로 잠깐 보였다 기록없이 없어지는 게 있으니 순간의 재미에 열광하다 없어지면 그만인 시대에 살고 있다. 손 때가 묻었느니 오래 지닌 것이니 그런 거 상관없는 시대란 말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우리때와는 너무 달라지고 있다. 요즘엔 모두가 셀프스틱을 갖고 다니며 비스므레 사진을 찍는다. 모두가 다 비슷한 모습이다. 아이들의 미소도 똑같은 수준이다. 깔끔한 라인과 뽀얀 얼굴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한 모습으로 되고 있는 것일까. 가끔 SNS에 올리는 사진을 보면 이게 누군가 싶을 때가 있다. 예쁘긴 한데 그 사람이 아니다. 어수룩한 그 사람이 그립다.
가끔 나는 현실에 살고 있나 허상을 잡고 있나 할 때가 있다. 그 아리따운 사진도 다 스마트폰에 있고 요즘엔 손에 잡히는 사진이 없이 머릿속엔 순간의 영상만이 있는 듯하다. 뭔가 우리가 붙들고 있는 것은 허상이 아닐까? 젊은 시절 전화를 기다리며 아련해했던 것, 요즘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집에 편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던 그런 것. 애타했던 것 말이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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