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 힘들다. 한쪽에서는 좋아하는데 서로 좋아하지 않는다는건 가슴이 미어지도록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서로 좋아하는 그 타이밍과 인연은 참 소중하다. 내 나이 스물 중반이 되도록 남자친구를 그토록 원하고 원했건만 생기지 않아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좋은 때에 좋은 사람 만나겠지 생각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흔히 말하는 ‘모태솔로’에 종지부를 찍고 상호적인 호감관계가 성립되는 날이 내 삶에도 찾아왔다. 내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용케도 마음이 닿아 ‘우리’의 관계가 이어졌다는 것이 참 감격스러웠고 꿈만 꾸던 일이 현실이 되었던 그 당시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한 사건이었다.
사귀게 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버클리로 떠나야 했다. 둘 다 같은 동네에 살 때 만났지만 머지않아 내가 차로 7시간이 걸리는 대학교에 편입을 하게 된 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창 보고만 있어도 보고싶을 때였는데… 2년동안 몇번 있는 방학 때 빼고는 계속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었다. 나한테도 오빠가 첫 남자친구, 오빠한테도 내가 첫 여자친구이어서 더 같이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터라 더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배우고 얻는 것도 많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모든 사람들에게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서로의 빈자리가 큰 만큼 서로의 존재를 더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되고 더 고맙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론 서로가 연애경험이 없었던 탓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부딪혔을 때는 몰랐던 부분들을 대화로 맞춰나가면서 인내와 격려로 배워나가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런 나날들을 거치고 나니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게 되고 서로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알게 되었다. 연애를 해보면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도 알게 되고 한층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었다.
드디어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장거리 연애는 그만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7월 말, 이번엔 오빠가 타주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내가 있던 곳보다도 더 멀리 떠나게 되었다. 막막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쩜 이렇게 한창 젊고 예쁘고 멋있을 나이에 장거리 연애만 하게 하실까 답답하고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는 유일한 매개체가 휴대폰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면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떨어져 지내다보니 보고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어느새 내 마음을 비우며 그리운 마음을 조절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되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시작부터 2년을 했고 앞으로 짧아도 2년을 더 해야 할 long distance relationship(장거리 연애)일 테지만 그래도 꿋꿋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그러지 않고서는 가능할 수가 없다. 오빠가 나를 버클리에 보내준 것처럼 나도 오빠의 가는 길을 축복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힘을 보태는 팀메이트가 되고 싶다. 내가 잘 지내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니 힘들어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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