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사라토가는 밤에 어둡기로 유명하다. 가로등도 거의 없고, 집 밖에 불을 달아 놓은 집도 많지 않아서, 도로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진다. 뜨거운 낮을 피해 밤에 산책하려면 손전등을 들고 형광 조끼를 입는 것이 안전하다.
동네가 어두운 장점도 있는데, 별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대기오염을 뚫고 목성, 화성 등의 행성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별이 쏟아지는 듯한 가슴 벅찬 감동은 없었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별도 행성도 아닌, 달이다. 이 동네 보름달은 어찌나 밝은지 선글라스를 끼고 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휘황찬란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보름달이 뜬 밤에는 손전등 없이도 산책이 가능한데, 대신 별은 훨씬 적게 보인다.
초승달은 또 얼마나 차갑게 아름다운지, 이런 달밤이라면 시가 저절로 읊어졌겠구나 싶다. 지난 개기 월식에는 구름이 살짝 껴서 붉은 달이 더욱 음산하게 보이기도 했다.
달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는데, 몇 달 전에는 금성과 목성이 거의 붙은 것처럼 가깝게 보이는 우주쇼가 펼쳐지기도 했다. 목성 지름은 금성의 12배인데도 거리 차이 때문에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하면 두 행성이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더 신기한 것은 나란히 있는 두 행성을 맨눈으로 보면, 금성은 크게, 목성은 작은 점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날의 금성은 망원경으로 보면 초승달 모양이었는데도, 나안으로는 목성보다 밝고 크고 둥글게 보였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먼 한국에 사는 가족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어젯밤에는 유성우를 보기 위해 뒷마당에 온 가족이 몇 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 유성이 가장 많이 떨어진다는 북동쪽 멀리에 공항이 있어서 깜깜한 줄 알았던 동네 밤하늘이 사실은 ‘빛공해’ 때문에 자잘한 유성우까지 보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캘리포니아가 가뭄이니 유성도 가뭄이네라며 너무 드문드문 떨어지는 유성에 답답해하며 봤지만, 그래도 덕분에 더 오랜 시간 가족 모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있을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사람이 더 감성적이 되지 않는가. 사춘기인 아이들과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어떻게 감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은 너무나 짧아서 감탄하다가 소원을 비는 것을 잊곤 했다. 아이들은 십수번의 시도 끝에 소원을 비는데 성공했다. 서울에 계셔서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부모님이 건강하시길, 나도 멀리서 빌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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