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극장 & 링컨 오두막 집 Ford’s Theatre & Lincoln Cottage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워싱턴 D.C.에 있는 포드 극장 정면 모습. 링컨이 저격당했던 발코니. 링컨이 즐겨 타던 애마 ‘에이브’와 함께 서 있다. 대통령 방에서 각료들과 함께 있는 링컨. 부인 메리와 가족과 함께 한 링컨. 포드 극장 입구이자 로비 같은 곳이 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링컨의 생애, 남북전쟁 자료전시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링컨의 오두막집 전경. 포드 극장의 내부.
리 장군의 항복후 5일이 지난 4월15일
포드 극장서 울린 한방의 총성...
링컨의 오두막집으로 향하면서 후배 R씨가 제공해준 자료와 나의 상상력을 묶어서 미국 역사상 가장 비극 중의 하나인 링컨 대통령 암살 사건을 정리해본다.
운명의 1865년 4월15일
아침 8시 30분 링컨은 여름 별장(후에 ‘링컨 오두막집’이라고 이름이 붙여짐)에서 아들 로버트와 부인 메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최후까지 버티던 남군의 로버트 리 장군이 항복을 한지 5일이 지났다. 그래서 꽤나 편안한 기분으로 오래간만에 가진 아침식사이었다. 식사를 끝낸 후 그는 백악관으로 떠나려고 문을 나선다. 이 건물은 은행가 리그스(Riggs) 가 지었고, 링컨 전에 부케넌 대통령이 여름 집무실로 썼던 곳으로 남북전쟁 중 골치 아픈 격무에 시달릴 때에 웬일인지 이곳에 오면 마음이 안정이 되어 줄곧 사용하던 차이었다. 문 앞에는 그의 애마 올드 에이브(Old Abe: 왜 자기 이름을 붙였는지?)가 기다리고 있다. 목을 껴안고 토닥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는 그랜트 장군의 명마 신티네티를 탄 적이 있다. 그랜트 장군이 크게 생색을 내듯 말을 건넸다.
“각하. 저의 애마 이 신티네티는 각하 이외에는 아무도 탄 사람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과연 훌륭한 말이었다. 그러나 링컨은 이런 회상을 하다가 애마 에이브에게 귓속말을 하듯이 말한다.
“체! 나의 심장 뛰는 박자까지 맞춰주는 나의 애마 올드 에이브보다는 훨씬 못 하지. 그건 그렇고 메리가 조금 너그러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랜트 장군이 오늘 저녁 연극을 같이 보자는 것 필라델피아 간다고 핑계 댄 것 메리와 같이 연극을 보기 싫어서이겠지.”
총 한방으로 끝내라
오전 8시, 거의 같은 시간 존 윌키 부스(John Wilkes Booth)는 그에게 포섭되어 동조자가 된 몇 명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에서 ‘안토니오’ 역을 맡아서 명연설을 한 배우이니 오죽 하겠는가?
“나는 그를 묻으러 왔지 그를 추켜세우러 온 것은 아닙니다(I came here to bury him not to praise him)…휴, 그 명연설….”
그는 동조자 앞에서 또 한 번 명연설을 했으리라. “우리는 남부로 갈 때에 개선장군으로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이렇게 연설을 끝내면서 이어서 주위를 돌아보면서 말을 이어 간다.
“이봐 루이스(Lewis Powell), 너는 스워드(국무장관 William Sword) 담당이지. 그 친구 마차 사고로 깁스하고 누워있으니 약 가져왔다고 하고 들어가서 그저 칼로 찔러 죽이면 되는 거지, 문 밖에는 데이빗(David Harold)이 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으니 둘이서 말 타고 메릴랜드 슈레트 집으로 오면 돼. 너 조지(George Atzerdt)는 앤드류(부통령 Andrew Jackson)이지. 집에 있을 거야. 그냥 들어가서 총 한방으로 끝내. 그리고 마이클(Michael O’Laughten) 너는 그랜트(Grant) 장군이지. 그 친구 오늘 저녁 필라델피아 가는 기차를 타게 돼있고, 너는 열차에 앉아 있는 그 친구, 총 한방으로 끝내도록 해.“
스타 살롱에 들어선 암살범
오후 4시 링컨은 예정대로 네이비 야드(Navy Yard)에 가서 철갑 군함 진수식을 끝낸 후, 백악관에 돌아와서 6시에 고향 친구를 만나 담소하다가 8시 반 연극을 보러 포드 극장으로 간다. 연극은 ‘Our American Cousin’이란 희극연극으로 유명한 로라 킨(Laura Keene) 연극단의 작품으로 그녀가 직접 주연을 맡았고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니 좀 웃어야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오후 8시반 부스는 포드 극장 옆에 ‘스타 살롱’이라는 술집으로 들어선다. 지금 막 동조자들에게 각자 해야 할 것을 다시 점검하고, 이제 링컨을 암살하는 자기 역할만 남았다. 술집 주인 피터 탈타열(Peter Taltayul)이 부스의 마음을 어찌 보았는지 위스키를 잔뜩 부어 건네준다. 부스는 단숨에 술을 비우고 포드 극장으로 들어선다.
아! 그리고 비극의 오후 10시, 한방의 총성이 울린다. 링컨이 총을 맞고 쓰러진다. 이어서 부스는 옆에 있던 헨리 라스본 소령을 칼로 찌르고 발코니에서 무대로 뛰어내려 무대 뒷문으로 도망쳐 버린다.
로라 킨이 급히 뛰어 올라 와서 링컨을 무릎 위에 누인다. 그녀의 드레스는 흥건한 피로 붉게 된다. 마침 극장 안에 있었던 23세의 군의관 챨스 릴이 급히 포드극장 길 건너 피터슨 하우스 이층 침대를 병실로 쓰고 응급 조지를 해 보지만 다음날 아침 7시 22분 사망한다.
후기
루이스 포엘은 스워드 장관의 아들과 집사의 저항으로 칼로 상처만 주고 도망간다. 후에 교수형을 당한다. 말을 대기하고 기다리던 데이빗 헤롤드는 기다리지도 않고 도망을 쳤고 후에 잡혀 역시 교수형을 당한다(스워드 장관은 후에 알래스카를 산 장본인이다).
부통령을 암살 하려던 조지 아트조드는 술을 마시고 포기하고 도망쳤다가 잡혀 역시 교수형을 당한다. 그랜트 장군을 암살하려던 마이클 오락룬은 그랜트 장군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특실에 있어 암살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감옥에서 병으로 죽었다. 그리고 장소, 무기 탄약 제공 등으로 도왔던 메리 슈라트 역시 교수형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형을 당한 여자이다.
부스는 도망하다 다리를 다치고 영웅으로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허망한 것을 안다. 그는 4월 26일 버지니아 포트 로열에 있는 가렛트 담배 농장에 숨어 있다가 포위한 군인들의 총에 맞아 사살 된다.
링컨 코테지(Lincoln Cottage)에서
찾아 가는 길이 꽤나 멀고 동네도 소위 부자 동네도 아닌 곳 같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최소한 5마일 이상이나 떨어져 있다. 좀 멀었지만 링컨의 암살을 뇌리에 정리하느라고, 시간 가는지 모르고 온 것 같다.
정문에 군 위병소 같은 것이 있어 그냥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 돌아가야 하느니 머뭇거리니까 오히려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곳은 남북전쟁 당시는 병영으로 쓰였다고 한다. 큰 건물 앞에 섰다. 남북 전쟁 당시에 유명한 장군 셔만 이름을 딴 건물로 육군 재향군인회관이다. 그리고 그 옆에 링컨 오두막집과 링컨 교육관이라고 역사 자료실 같은 것이 있다.
오두막집 앞에 있는 링컨과 그의 애마 ‘올드 에이브’의 조각을 보다가 교육관에 들어서니 링컨과 그의 가족사진, 암살 당시 사진과 자료들이 있다. 기념품 판매소의 홍보 자료를 보니 그 이곳 재향군인회 운동장 돌기, 5K 단축 마라톤 대회, 링컨 가족 추모 모임 등의 작은 규모의 행사를 알리고 있다. 나는 링컨 오두막집은 들어가 보지 못한 채 짧은 방문을 마치고 그곳을 떠나 포드 극장으로 향했다.
포드 극장
본래 1833년 침례교회로 시작되었다 한다. 그러다가 1861년 포드가 문예진흥관으로 문을 열었다가 다음에 화재로 1863년 하니까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2년 전에 극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구조상 극장 입구이자 로비 같은 곳이 박물관으로 되어 있어 링컨의 생애, 남북전쟁에 관한 자료전시, 링컨 암살자들의 관한 자료 등으로 구분되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구경하면서 층계를 오르면 극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극장으로 들어가는 통로 양 벽에 비극의 그날 링컨과 암살자 부스의 행적이 시간대로 설명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니 대충 짐작으로 잘해야 7-800석 규모이다. 안내원에게 2,400명의 규모라니 극장이 공사로 줄어든 것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당시는 작은 의자를 촘촘히 놓아서 2,400명이 들어갔다고 한다.
2층 링컨 대통령이 앉았던 발코니를 보면서 이곳을 나와 길 건너 피터슨 하우스를 가 보았다. 당시 하숙집 같은 개념의 집이었는데 링컨 대통령이 총을 맞았다는 것을 알고 누군가가 횃불을 들고 ‘이리 모시지요’ 해서 그곳 2층 침실을 응급 치료실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루 2곳을 방문하는 바쁜 일정이었으나 4월 15일 비극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보낸 보람 있는 하루이었다.
■Ford Theatre (포드 극장)
●주소: 511 10th St. NW Wash DC 20004
●개장시간 :월-일 오전 8:30-오후 5:30
●입장료: 무료
●주차: 포드극장에 유료 주차장이 붙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극장 안이 된다. 무료 입장이나 인원 제한으로 줄을 서서 다음 입장할 그룹으로 기다리는 불편이 없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는 분에게 권하고 싶다. 나는 두 번째 방문이었으므로 약 1시간 정도 보냈는데 주차비가 12달러이었다.
■President Lincoln cottage
(Armed forces retirement home)
●주소: 140 Rock creek church rd, NW Wash DC. 20011
●개장시간: 월-토 아침 9:30-오후 4:30
일 아침 10-오후 4:30
●입장료: 무료
●주차: 주차장이 안에 있으며 무료이다.
이 영 묵
미주 서울대 총동창회장 역임
워싱턴 문인회 회장 역임
한국 소설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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