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기 전 나는 여자 이전에 한 인간이었다. 결혼 후 미국에 유학을 오면서 삶이 바뀌었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이전 삶이 그대로 이어지는데, 여성인 나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을 요구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여자에게 결혼은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의 역할만이 요구되는 삶이다.
그때부터 나의 삶은 혼돈 그 자체였다. 현실과 내면의 불일치를 겪는 고통스러운 여성적 숙명이 시작되었다.
여성으로서 자신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엌일도 아이를 기르는 일도... 저절로 되는 것은 없었다. 처음으로 여성의 삶을 자각했고 왜 ‘여성’이라는 것이 삶에 불평등하게 작용하는지 느꼈다.
그렇게 20년을 살아온 지금, 두 아이를 다 키운 엄마로서 결혼 후 잃어버린 시간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은 지금 80학번 세대는 제3의 인생을 살아갈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거기에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터득한 내공까지 더해져서 여자의 삶 속에 그 나름의 특별한 행복도 녹아져 있다.
많이 힘들어 했던 엄마의 자리에서 인생은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꾸준히 밀어가는 것임을 배웠다.
우리의 삶은 처한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제이지,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나는 여전히 한 여자 이전에 세상의 한복판에서 꿈꾸는 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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