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 왕헌지전에 보면 관중규표(대롱 구멍으로 표범을 보면 표범의 얼룩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 진나라의 서예가 왕헌지가 어린 시절 서생들의 노름하는 모양새를 보고 남풍불경(남방국의 세력이 부진함)이라면서 기운 내라고 하자 그 서생 왈 "도련님은 관중규표야. 표범의 얼룩점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으니까"라고 했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미국 대선을 불과 15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들이 돌아가면서 한인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고 있는 것이 딱 관중규표처럼 보인다.
얼마 전 ‘한국의 허경영’으로 불리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여성비하 발언은 물론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와 강간범으로 몰아세웠다. 또한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돈을 많이 벌면서도 주한미군은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며 ‘안보 무임층차론’을 거론했다. 참고로 한국은 지난 2014년부터 방위비분담금 9천200억 원을 부담하고 매년 4%정도의 인상률을 적용키로 했다. 너무나 무례하고 무식한 막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사고를 쳤다.
젭 부시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 제도를 중남미인들보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더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원정출산) 발언을 하며 이민자 자녀들을 모욕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예비대선 주자들이 내뱉은 말 치고는 수준이 너무 낮다.
부시 후보의 이번 발언은 특히 트럼프 후보의 멕시코 이민자 발언을 역이용해서 멕시코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려는 정치적 목적이 눈에 보인다. 얕은 수를 쓰고 있다. 아시안들을 우습게 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졸렬한 발언임은 분명하다.
물론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의 원정출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이 원정출산을 통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젭 부시는 일부의 상황에 대해 전체적인 상황인 것처럼 호도하는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렀다. 극히 일부를 갖고 전체인양 돌려서 말하며 이를 통해 백인이나 멕시칸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으려는 태도다. 과연 그런 꼼수로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년 11월 8일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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