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생 무엇을 배우며 산다. 학교에서는 책으로 그 이후에는 주로 경험을 통해 배운다. 나는 미국에 온후 가족에 대해 새롭게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가족 문제에 대해 한국에선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간섭할 일이 거의 없었다. 나는 나대로 음악레슨에 바빴고 명절이 되면 한과나 육포 등을 만들어 남편 지인들께 선물하면 됐었다.
그도 자기 일이 바빴고 딱히 자기가 뭘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자녀 문제가 공동의 관심사요 대화의 전부였다. 미국에선 환경이 바뀌니 부부가 같이 할 뭔가를 찾아야 했다. 결론은 “한국 전통 음식 웹사이트” 만들기였다.
이때부터 난 가족이라는 문제에 대해 심한 혼란을 느끼게 됐다. 평소 나에게 관대했던 사람이 무척 엄격해졌다. 미국생활도 벅찬데 왜 이러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알았다.
남편이 마케팅 분야의 기획 전문이란 것을, 사실 난 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다. “TV 광고를 만드는 사람” 이게 그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30년을 함께 살았건만 너무 단편적이고 막연한 생각이었다.
요리는 내가 하는데 왜 옆에서 이해 못할 말만 하는지. 조언인지 잔소린지 구분이 안됐다. “디자인은 이렇고, 색감이 어쩌고” 이 사람은 누구고 나에게 무엇인가? 그동안 내 음식 먹고 잘 살았으면 됐지 싶었다.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가끔 “당신 같은 클라이언트는 한국에서 억 만금을 줘도 일 안 해 줬어. 부인이니 참고 도와주는 거지, 당신 요리를 보면 창의성이 보여 아까워서…” 자기 속내를 내비친다. 지난 2~3년간 평생 다툴 일을 다 다툰 것 같다.
그 덕에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조금 알게 됐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편안해졌다. 결과물이 나오고 그 반응을 경험하니 그 잔소리가 조금은 이해가 됐다. 그래서 우리 삶은 경험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땐 왜 짜증을 냈는지. 그래도 잘 참아내고 이겨낸 것 같다. 가족이란 이런 것인가? 아웅다웅하다 다시 믿고 사랑하고 함께 가는… 이젠 뭘 안다고 말하기도 두려워진다.
안다는 게 다 아는 게 아닌 것 같다. 사진 패널작업을 하던 그가 한마디 한다 “대학 때 경험 없었으면 이거 엄두도 못 냈을 걸, 우리 3천불은 아낀 거야”. 남편의 넋두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마치 꿈 속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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