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3불만 내세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15여년 전에 야드세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공부를 막 시작하는 남편이 서서 발표하고 강의하는 걸 연습하고 싶다고 보면대 같은 것을 좀 구했으면 했다.
늘 남편이나 아이가 필요한 것을 어디선가 잘 찾아서 주워오거나 구해오는 묘한 능력(?)이 있어서인지 나름 나를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즈음 따뜻한 토요일 오전 조그만 시골집 마당에 있는 보면대가 확 나를 잡아끄는 것 이었다. 이거다 하고 가서 주인에게 값을 물었다.
나는 나의 남편을 위해 이것을 구입한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됐다 라고 말하며 약간의 가격 조율을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왠걸 이 주인이 확 나를 안았다. 그러고는 말을 시작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다고.
이것은 자신의 아버지의 유품인데 누군가 아버지처럼 좋게 잘 쓰기를 바란다며 그게 나의 남편이 돼서 참 기쁘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리고는 그냥 3불만 내라고 했다...
이건 두고두고 나를 미국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눈물을 글썽이며 3불을 말하는 거 이거 우리 한국사람은 못하는 거다. 우리 한국사람 같으면 공짜로 주면 주지 아님 안 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3불을 얘긴 못하는데... 공짜가 아니라 서운했다는 말이 아니다.
참 재미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사는 게 즐겁다. 소박하고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3불을 얘기하는. 합리적이고 섬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재밌다. 어려서부터 잔디를 깎고 배큠을 하며 용돈을 벌어왔던 이들. 하나하나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 틈에 우리가 살고있다.
3불의 거리감이 미국이 아닐까? 촘촘히 낱낱이 그러면서도 정황을 배려하고...야드세일의 개념도 그렇다. 가끔 어떻게 저렇게 50센트 차이까지 정확히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재밌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호의를 잃지 않는 사람들...눈물 땀방울 이런 건 내내 가슴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 당시 내겐 미국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맥도날드가 제일 큰 레스토랑인 조그만 시골 동네였기에 그랬던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소박하기도 하고 나름 계산적이기도 한 이 평범하고... 결핍이 만드는 추억들,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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