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와서 맞는 첫 여름방학이라 두달 반이 넘는 긴 기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나 걱정이 많았는데, 순식간에 개학이 되었다. 전학 수속을 하면서도 영어가 부족해서 힘들었는데, 새 학기를 맞이하여 학교에서 안내서를 보내오기 시작하니 가슴이 무겁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적응해서, 짧은 영어로 인해 실수할 수 있는 엄마를 도와서 이리저리 하라고 알려준다.
어릴 때 유럽에 산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외국인 학교 같은 것이 없었는지, 불어를 사용하는 현지 학교에 다녔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필리핀보다 못 사는 나라였고, 전교에 한국인이라고는 나와 여동생, 그리고 입양 온 언니가 한 명 있을 뿐이었다.
70년대 중반의 우리나라는 티브이도 흑백이고,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서 물을 끓여야 목욕을 할 수 있었다. 24시간 더운물이 나오는 유럽의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 날을 정해서 목욕하고 머리 감게 되었다.
한국에 살 때보다 두 배 자주 목욕을 하는 것이어서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인이 몸에서 냄새가 덜 나는 편이라 그런지, 그러면서도 보통 유럽 사람들보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어머니를 불러서, 우리 자매 머리에 이가 있는 것 같으니 병원에 가보라 하는 것이었다. 불어를 잘 못하는 어머니께서는 알아듣지 못하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셨는데, 만약 언어가 원활하셨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지저분해 보인다면 더 자주 머리를 감기겠다고 하셨을 테다. 그 당시에는 속상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그때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나 역시 영어가 시원하게 되지 않으니 답답하고 실수도 많다. 다행히 주변의 한국 학부모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언어 장벽을 넘어서도록 여러모로 도와주신다.
대부분의 주변 분들이 인종에 상관없이 자신들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혹은 부모님이 미국에 처음 이민 왔을 때 힘들어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도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별 실수를 다 하는데, 그것이 부끄럽지 않고 재미있는 추억이 되려면, 많은 세월과 당당해질 만큼의 성공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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