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기가 벅차고 경제적으로 궁핍했을 때 나는 왜 쓸데없는 영문학을 전공해서 살아가는 밥벌이에 도움도 안되는지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좀 실용적인 학문을 했더라면 직장도 수월하게 잡을텐테하면서, 앞날의 직장을 잡기 위해 회계학 공부를 시작했다.
요즈음 여성의창을 쓰면서 잊혀진 지난날의 나의 모습들을 끄집어내면서 젊은 시절에 공부한 문학이 여태껏 살아온 내인생에 실질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었나 하고 되돌아보았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성숙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정신적인 성장에 따르는 고통을 감내하는 자세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을 확장하려는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80년대 ‘창작과비평’이라는 문학비평지들을 가방에 가득 넣고 도서관으로 갔던 나는 그시절 유명했던 젊은시인 황지우, 이성복, 최승호 시인들도 만나고, 실존주의이론이 주류였던 그시대의 철학자들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샤르트르드에 대한 세미나도 열심히 참석했다.
아무도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무엇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저 좋아서 밤새 공부했던 그때…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 무엇을 배웠을까, 과연 살아오면서 그때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었을까.
문학작품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이성복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오래 고통받은 사람은 알 것이다/지는 해의 힘없는 햇빛 한자락에도 날카로운 풀잎 이땅에 처지는 것을/오래 고통받은 사람은 알 것이다/ 그토록 피해다녔던 치욕이 뻑뻑한, 뻑뻑한 사랑이었음을”삶이 고통스럽고 내마음이 공허에 빠졌을 때, 지는 해를 보면서 힘들고 지루한 일상의 하루하루가 어느날 삶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깨달게 될 것 같은 희망을 가져본 것 같다. 힘없이 지는 해에도 날카로운 풀잎이 처지는데, 제대로 살면 뭔가 의미는 주어지겠지 하면서 그 어려운 시기를 견뎌나갔다.
문학은 이처럼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나를 도와준 것은 없지만 살아가는 삶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지금의 세상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를 , 그너머 세상을 향해 다른 삶을 꿈꾸게 하면서, 아무리 힘든 현실일지라도 이 현실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견디어 나가게 했다.나도 모르게 주위에 있 모든 사물, 자연에까지 마음의 귀를 기울인다. 길가에 핀 풀잎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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