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US오픈 테니스, 19세 정현, 메이저 2회 우승 바브링카에 6-7, 6-7, 6-7 분패
▶ 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 간 3시간여 접전 끝에 관록에 무릎
정현은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스탄 바브링카를 상대로 3세트를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가는 분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19, 세계랭킹 69위)이 지난 2년간 두 번이나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세계랭킹 5위의 강호 스탄 바브링카(스위스)를 상대로 3세트를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가는 분전에도 불구, 아쉽게 스트레이트세트로 고배를 마셨다.
정현은 3일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나흘째 남자단식 2회전에서 바브링카에게 6-7, 6-7, 6-7로 패해 3회전 진출이 좌절됐다. 비록 스트레이트 세트 패배였으나 대회 우승후보 중 한 명인 바브링카를 상대로 3세트를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가는 선전으로 메이저 무대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정현은 이번 대회 64강(2회전) 진출로 랭킹포인트 45점과 상금 6만8,600달러를 받게 됐다.
지난해 호주오픈에 이어 올해 프렌치오픈에서 우승하며 한때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바브링카는 지금까지 정현이 상대한 최상위 랭커다. 정현은 이날 1세트에서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뺏기고 바로 0-3까지 끌려가는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으나 두 번째 서브게임을 듀스 끝에 지켜낸 데 이어 이어진 바브링카의 서브게임을 0-40으로 끌려가다 뒤지는 저력을 발휘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이후 다음 두 차례 바브링카 서브게임에서 모두 브레이크 찬스를 잡았으나 고비 때마다 터진 바브링카의 서브 에이스에 막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정현은 결국 타이브레이크에서 바브링카의 관록에 눌려 2-7로 패하며 첫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이어진 2세트에선 초반 1세트와 정반대 상황이 일어났다. 이번엔 정현이 바브링카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0에 이어 4-1로 앞서가 메이저 챔피언을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는 듯 했다.
하지만 바브링카는 역시 메이저 챔피언이었다. 자기 서브게임 때는 고비마다 에이스를 터뜨리며 위기를 넘긴 그는 2세트 7번째 게임에서 정현의 서브를 깨고 균형을 되찾았고 결국은 타이브레이크에서 7-4로 승리, 2세트마저 가져가며 승부의 저울추를 돌이킬 수 없는 위치로 올려놨다.
2세트까지 두 시간여에 걸친 접전을 펼친 정현은 3세트에 두 차례나 다리 근육 마사지를 받는 등 체력적으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을 보이면서도 3세트 역시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도 6-6까지 팽팽하게 맞서는 등 투혼을 발휘했으나 역시 바브링카의 관록을 넘지 못하고 6-8로 패해 도전을 마감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현은 “경기 중에는 어떤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끝나고 생각해보니 경기 전에 목표로 세웠던 ‘남은 에너지를 다 쏟는 것’과 ‘한 세트에 한 시간’을 모두 이룬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결과를 떠나 코트에서 쥐가 나도록 뛰면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힘든 경기를 할 때 늘 세우는 목표가 ‘한 세트에 한 시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경기에서 매 세트 1시간 가까운 접전을 벌인 끝에 3시간2분을 거의 대등하게 버텼다. 3세트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다리 부위에 마사지를 받은 정현은 “양쪽 허벅지에 살짝 쥐가 오는 느낌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경기를 포기할 수 없어서 다리 근육을 풀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세트 초반 4-1까지 앞서간 것에 대해 “사실 1세트 타이브레이크를 지고 2세트 초반에 잡아보려고 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며 “이기다가 지기는 했어도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바브링카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현은 정말 좋은 선수”라고 치켜세우며 “오늘 그의 경기 모습을 처음 봤지만 그를 상대로 매우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현은 많은 움직임을 통해 상대 공략법을 찾아내는 선수”라며 “특히 베이스라인에서 움직임이 좋았고 매우 훌륭한 파이터였다”고 칭찬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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