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공인회계사>
비즈니스의 시작은 작명(naming)이다.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비자(Visa 처럼,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좋다. 한글로 할 땐 영어 스펠링에 조심해야 한다. 좋은 뜻이 문화의 차이로 엉뚱하게 해석될 수 있다. 첫사랑 이름은 맘에만 품자. 남들에게 그 이니셜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지어준 사업체 이름도 꽤 된다. 기왕이면 좋은 이름으로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것. 그것은 모든 회계사들의 공통된 바램이다. 그런데 요새는 손님 이름이 아니라, 내 회사 이름 짓는 것 때문에 한참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의 공인회계사(CPA) 라이선스를 모두 갖고 있다. 거기다 한국의 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증까지 있으니, ‘쯩(證)’만 5개가 된다. 이번에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는 회사 이름을 찾고 있다.
물론 법률적으로는 각 주마다 PC 또는 PLLC 등의 이름으로 이미 등록이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 사무실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생각할 때, 이젠 □□ 회계법인이라는 한글 이름을 가질 때가 되었다. 이런 이름을 dba 또는 fictitious(assumed) name 이라고 부른다. 은행에 등록만 하면, 그 이름으로 된 수표도 입금이 가능해진다.
둘째 글자는 내 성을 따서 문(文)으로 - 거기까지는 금방 결정이 났다. 문제는 ‘문’ 앞에 붙일 다른 한 글자. 어제 초가을 햇살이 비치는 오후 2시의 495 고속도로. 맨하탄에서 손님을 만나고 플러싱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문’ 앞에 붙일 글자를 찾기 위해서, 운전을 하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가문-나문-다문-라문.. 그렇게 글자 하나씩을 계속 붙여갔다.
한참 하다 보니, 강-낭-당-랑.. 결국 도착한 곳이 항... 항문 회계법인! 혼자서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내 CPA 역사와 똑같은 26년 고질병(?)까지 머리에 떠오르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혹시 이 세상 어딘가에 진짜로 <항문 회계법인> 이라는 회계사 사무실이 있다면 용서하기 바란다. 놀릴 의도는 추후도 없다.
“안녕하세요, 항문 회계법인의 문주한 회계사입니다.” 내 소개를 제대로 듣지 못한 손님은 "네? 무슨 회계법인이요?"라고 귀를 의심할 것이다. 그나마 제대로 들은 손님은 속으로 "라이선스 5개 갖고 있는 사람치고는 참 거시기 하네"라고 혀를 찰 것이다. 항문 - 그러나 이 얼마나 인간적인 이름인가? 그나저나, 영어로는 어떻게 쓸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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