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천성적으로 겸손하게 태어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겸손하기엔 참 어려운 순간이 많다.” 아버지가 가족 카톡방에 올리셨다. 그랬더니 여동생이 금방 "그러니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쟎아요“ 거의 장난과 유머로 우리 가족 카톡방은 채워진다.
미국에 사는 것 자체가 불효라고 생각될 때가 있었다.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니 말이다. 십년에 두세번 찾아 뵈었던 나는 늘 마음 한구석 죄송한 마음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카톡이라는 어마어마한 통로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는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거의 삶 자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맨처음에 이메일이 생겼을 때 바로바로 답장을 길게 안하면 섭섭해 하셨는데 이제 카톡이란 게 생긴 것이다. 이름하여 그룹채팅. 가족 카톡방 처음에는 거의 무엇이 몸에 좋다, 건강해라 등의 안부와 염려로 시작되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니 카톡방이 참 좋은 격려의 장과 유머의 장이 되게 됐다. 우리가 매일 대하는 이들에게 훈계하고 염려하며 살기는 좀 버겁지 않나 서로들 생각하게 된 거 같다. 가끔 나도 부모가 된 입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딸애와 SNS를 하면서 부모님이 이해가 간다.
걱정되고 염려되고 그리고 알고 싶고 보고싶으신 거다. 그런데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자식과의 입장에서 어느 순간 나는 을이 되어 있다. 자식이 갑이 되어버린 거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 도 카톡도 친구로 받아줘야 우리가 낄 수 있게 됐다.
딸애의 가장 기분좋은 순간을 포착해 친구 해달라고 졸라서 간신히 스넵쳇까지 친구가 될 수 있게 됐다. 그애가 그걸 만든 지 5년은 지난 것 같은데... 물론 그애는 나의 SNS에는 관심도 없다. 을인 내가 알고 싶고 보고싶은 거다.
그게 부모마음이고 아무리 바운더리 이런 거 얘기해도 가끔은 그냥 무장해제되어 보고싶은 게 자식이다. 아마 우리를 만드신 분도 이런 마음이실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에서 을로서의 부모가 해야 할일들을 생각해본다.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간섭하면 안된다는 것, 그애를 믿어줘야 한다는 것. 가벼워져야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