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몇 살부터 시작되는지 아니?" 하고 한국에 사는 친구가 물어왔다. 요즘 유행하는 문자서비스로 인해서 한국과 서울은 실시간으로 소통된다. 생각해보니 아줌마가 사십부터였는지 사십 중간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누가 아줌마하고 부른다고 해서 요란을 떨며 분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자연스러워진 나는 속 시원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친구의 대답은 "시장에서 모르는 초등학생이 널 아줌마라고 부를 때부터"라고 명쾌하게 규정을 해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줌마다. 아줌마의 힘에 관한 책이 즐비하게 나온 지 오래고, 지하철 시리즈니 찜질방 시리즈 같은 우스갯소리에 맞아서 겨우 긍정하는 게 아니다.
증명사진이 말해주고 흰머리가 말해주니 부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아줌마를 규정짓는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창피함에 담대한가 연약한가에 있다. 점차 창피함을 느끼는데 무디고 담담해지는 것을 느낀다. 세상은 모든 연약함에 관대하다.
따라서 아가씨가 신은 연약한 하이힐과 새침한 모습의 미성숙한 허둥거림을 높게 쳐주어 여러 편리를 봐준다. 아줌마가 되어 세상에 나서면 사람들이 그리 관대하지 않다. 연약한 복숭아색 피부도 없고, 전지현처럼 휘날리는 생머리도 온데간데없다.
늘 뭐에 바쁜지 모르게 삶에 쫓겨 자분자분했던 목소리가 커지고 발걸음도 조심성이 떨어진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지 않으면 내 밥거리도 찾기 힘든 게 세상임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그렇게 된다.
번데기에서 매미로 불완전 변태를 하는 것처럼 아가씨도 아줌마로 그렇게 새로운 인간형이 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경선 주자 중 하나가 ‘미국은 이제 거칠어질 때(time to get tough)’라고 부르짖으며 캠페인을 벌인다.
이때 정계나 재계 같은 계열의 움직임과는 무관하고, 또 그 경선 주자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지만, 이 말에는 공감한다. 좋은 사람들과 쌓는 덕이 나이 드는 미덕 중 하나다.
그러나 삶이 최선을 다하는 노력 이외에 불합리한 운을 요구할 때는 마음이 문을 닫는다. 아줌마라는 인간형으로 잘 살아내기 위해 소극적이고 비밀스럽게 ‘이젠 거칠어질 테다(time to start being tougher)’라고 다짐하며 아침 출근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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