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중2병이다. 긴 사춘기의 정점이라는 중2병은, 만으로 14세, 캘리포니아 학년으로 8-9학년 때다. 젊다는 것만으로 예쁘다는 말이 있지만, 이 나이는 좀 다르다. 머리를 어떤 모양으로 깎아도, 감아도 떡져서 지저분하고, 피부는 여드름 때문에 울긋불긋하다.
남자아이들은 콧수염도 나는데 깎기엔 짧아서 검댕이 묻은 것 같아 보인다. 목소리도 변성되어 알아듣기도 힘든데, 그런 목소리나마 듣고싶은 만큼 들려주지도 않으면서,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몇 마디도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한다.
팔다리와 머리 몸이 자라나는 속도가 달라서 그런지 비율이 맞지 않아서 뒷모습까지도 평생 중에 가장 못생긴 나이가 중2병 때가 아닐까 싶다.
갑자기 커진 자기 몸에 자기가 적응 못하고, 넘쳐나는 힘은 주체 못해서, 여기저기 부딪쳐 항상 상처투성이 멍투성이고, 집안 물건도 파손하기 일쑤다.
부모나 스승이 하는 충고들은 이기적이고 치사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하고, 학교나 사회는 비뚤어져 잘못 돌아간다고 하면서, 본인이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의로운 사람이란다.
분리수거 잘 못해서 북극곰 멸종할까 쓰레기를 방안에 가득 쌓아 놓고 살고,가뭄이라 물 절약해야 한다고 씻는 건지 물만 묻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기 말투는 원래 그런 것이고, 엄마 말투는 왜 짜증이 나 있느냐고 타박이다.
북한이 중2 때문에 못 쳐들어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삼십대의 다 늙은 군인들만으로는 절대 중2 군단을 이기지 못하리라. 중2는 폭력이나 외압에 굴하는 나이가 아니다.
마지막 중2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북한군에게 생각없이 상관의 명령을 듣는 것은 x팔리는일이라고 설득하고 째라고 할 것이다. 더 알아듣기 힘든 용어로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일 나치에도 소년단이 있었고, 중국 마오쩌둥 때도 소년 홍위병이 있었고, 아이시스도 청소년을 병사로 이용하고 있으니, 승패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변사또가 천금을 준들, 때려죽인다고 협박한들 춘향이를 취할 수 있었으랴. 로미오, 줄리엣과 그 외의 등장인물들이 20대였다면 시비 붙어 서로 죽이고, 흥분해서 바로 자살해 버리지 않았을 터다.
다행인 것은 둘째 녀석이 영원히 사춘기는 아닐 거란 것이다. 셋째가 사춘기가 되는 언젠가가 오면 올챙이적 기억 못하는 개구리가 되어, ‘엄마한테 잘해, 나는 사춘기 때도 그러지는 않았어’라고 지금 큰 딸과 같은 말투로 어른인 듯이 동생을 타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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