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설로 술렁이던 지난 5월 말 주총 장에서 한 한인은행장은 “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으로 유도하고 새로운 수수료로 수입을 창출해 금리인상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모기지 대출 금리는 5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시점, 하지만 금리인상이 임박한 시점에 변동금리 상품이라면 고객의 이익을 고려한 대출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눈에는 과도한데다 꼬박꼬박 오르기까지 하는데 새로운 수수료라니. 정당한 대가와 ‘아까운 내 돈’ 사이에서 은행과 고객 간 타협이 어려운 것이 수수료 아니던가.
주총이 은행에 투자한 주주들을 위한 자리인 점은 인정한다. 주주이익 향상을 위한 CEO의 고뇌에 찬 일성이었던 점도 이해된다. 주주들에 의해 경영진 인사가 이뤄지고 보상이 결정되니 더더욱 그 입장이 헤아려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행장이 균형감을 잃은 것은 유감이다. 주주 이익을 챙기느라 고객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셈이다. CEO의 뜻이 이러하니 창구에서 직원들이 고객을 어떻게 대했을지 명약관화다.
경고음은 이미 시끄럽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주 중 하나인 가주가 금리인상에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은 아찔하다. LA에서 모기지 금리가 4%면 가계소득 중간가의 41%가 모기지 상환에 지출된다. 그런데 모기지 금리가 5%로 1%포인트만 높아져도 상환 부담은 46%로 5%포인트나 높아진다.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은 수입의 5%가 사라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
은행은 갑이다. 탄탄한 조직과 전문성으로 무장해 아무리 잘난 개인도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경고음이 과장됐다는 은행들의 자신감에도 근거가 있다.
이미 많은 미국인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탔고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자신의 주택 리파이낸싱을 거절당했을 정도로 대출기준이 강화돼 건전성도 뛰어나다. 10년래 최저치인 저유가와 탄탄한 고용시장 덕분에 가처분 소득도 늘었다.
그렇다고 은행 유리한대로 경영을 할 것인가. 한인들은 영원히 한인은행을 지지할까. 한국에선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신물이 난 골수 자이언츠 팬들이 롯데에 등을 돌렸다. 미국 내 소수민족 커뮤니티 은행이 명맥을 잇는 것은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도전의 연속이다.
수십 년간 금과옥조였던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뜨겁다.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유보자금을 최소화해 기업 체력을 고갈시킨다는 지적이다.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지상과제’를 실현하려면 주가가 계속 상승해야 하는 데 어떤 경영자도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인은행에게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 교수의 지론은 고언이 될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 만족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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