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 깊은 어둠 속에 내려앉은 한 밤중, 멀리 앰블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불안을 몰고 어디엔가로 내달린다. 그 뒤로 여기 저기 개 짖는 소리, 어둠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내가 아직 죽음이란 단어를 붙든채 놓지 못하고 있을 즈음, 멀리 한국에서 들려온 한 청년의 죽음. 젊음과 풍요와 미래를 다 가진이의 자살 소식은 내 사고와 일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그저 우울증이라는 병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해버리기엔 남겨진 사람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상처를 남긴 것이다.
한장의 유서도 없이 왜 그가 무거운 죽음의 문을 기꺼이 열고 그 불확실의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는지.. 그 어느 흔한 일말의 힌트도 없이 그냥 어느날 갑자기 이 세상에 차가운 육신만 남겨 놓은채 부모와 친구들로부터 사라져버린 것이다.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모면하려했던 고뇌의 크기는 대체 얼마만한 것일까. 그저 죽고싶다가 아니라 서슴없이 죽어버릴 만큼의 이 세상에 대한 미련 한 점 없는 상태는 그 어떤 것일까.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과 상실에 대하여 티끌 만큼의 염려도 연민도 없이 그저 모든 걸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그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떤 것일까.
그 고뇌의 무게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자식 앞세운 부모의 살아갈 앞날에 대하여 아파하면서 대체 왜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하고 계속 죽음과 삶이란 명제 속에서 내 생각은 끝없이 방황한다. 우린 매일 삶을, 동시에 죽음을 산다.
죽음은 언제나 내옆에 따라다닌다. 죽음은 두려움이다. 그두려움으로 하여 삶은 날개를 펼치지 못하여 위축되고 위선과 허욕의 늪에 빠지기도한다. 어쩌면 사실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삶일지도 모른다.
선과 악을 떠나 핏기없이 파리한 삶, 무색 무취의 삶,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인 삶은 죽음보다도 더한 두려움의 대상이다. 바로 그 경계가 자살에 이르는 지점이 아닐까. 삶이 죽음보다도 더한 두려움일때... 그런데 대체 왜 우리는 태어난걸까. 왜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걸까.
그 삶의 이유를 알기 위해 우린 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애초부터 왜라는 의문이 불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를 살게 하는 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대일 것이다. 내가 내 자신에게 거는 기대, 가족이나 남이 내게 거는 기대에 의지하여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면 너무 소극적인 것일까.
나로부터도 남으로부터도 아무런 기대도 받지 못하여 망망 대해 홀로 떠있는 섬처럼 있든지 없든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존재라면 살아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능동적인 삶을 사는 커다란 이유가 될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간 혹은 같은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우리가 있어 내가 사는 것일게다. 내가 살아있어 행복한 이들, 내가 죽으면 슬퍼할 이들, 바로 그들이 나를 살게하는 것이다.
함께 있는 것, 함께 하는 것, 함께 가는 것, 그로하여 우리의 삶은 완성된다. 그것은 그저 삶으로써 완성되는 사랑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네가있어 행복해라는 말을 하면서 또 들으면서 살자.
멀리 유학간 아들에게서 카톡이 날라온다. “맘, 나 이노래 들으면서 맘하고 대디 생각했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들려온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물이 난다. 그래, 우리 멀리 있지만 노래가사처럼 건강하자, 행복하자. 함께 하는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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