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로 이민 온 후로, 아침에는 춥다는 핑계로 이불 안에 누워서 태블릿 피씨와 스마트폰만 갖고 뒹굴뒹굴하며 지냈더니 목 디스크가 생겼다.
그런 상태에서 살짝 사고가 생기니, 약해진 디스크가 찢어지면서 젤리 같은 내용물이 흘러나오면서 신경을 자극하여 엄청난 통증으로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아기를 낳는 고통을 10이라고 한다면 8-9에 해당될 정도의 통증이라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조절이 안되어 마약성 진통제와 스테로이드를 써야, 겨우 누워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아픔의 강도가 누그러진다.
일어서거나 앉으면 고통이 너무 심해져서, 밥도 누워서 먹고,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일과 중의 하나가 될 정도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이런 상태가 되니 초비상 사태다. 그래도 새옹지마라더니 아픈 와중에 좋은 점도 꽤 있다. 아이들은 이민 와서도 고쳐지지 않던 생활태도가 고쳐져서 스스로 치우고 설거지, 빨래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이들 라이딩과 학기 초 학부모 모임을 다 따라다녀 주고, 아이들 도시락까지 싸주고 있다. 매 끼니마다 요리를 잘게 썰어서 침대 옆에서 먹여준다. 손에 힘이 없어서 물병을 열지 못하는 나를 위해 물병 뚜껑을 살짝 열어서 침대 옆에 놓아준다.
가족들에게도 감동을 받고 있지만, 우리 동네 한국인 분들에게 받은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동네 한인 모임은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한데, 교회도 안 나가는 나의 소식을 어떻게 들으시고, 아플 때는 서로 도와야 한다면서 당번을 정하셨다. 오후마다 한 분씩 돌아가면서 음식을 해다 주시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부친 전과 나물, 바로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준비된 국거리, 불고기와 정갈한 쌈, 손수 쑤신 올갱이묵까지 매일 집 앞에 놓아주시고 가시는 것이다.
철없는 아들은 올갱이묵을 먹더니 엄마가 죽을까 봐 걱정하던 것이 다 사라졌는지, 엄마가 계속 아픈 게 낫겠단다. 모두들 이렇게나 도와주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분들과, 이 가족들과 함께라면 즐겁게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천국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지옥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더니, 이분들은 어떤 곳이라도 천국으로 만드실 분들이구나.
이곳은 이분들이 만든 천국이 아닌가. 나도 얼른 추스르고 일어나서 본받아서 천국을 일구는데 한 힘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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